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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11. 2015

말과 삶과 메시지

고민하는 삶




My life is my message.


                                                                           - 간디







#12. 말과 삶과 메시지
   : 고민하는 삶




매일 글을 쓰다 보면 무언가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 느낌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너는 글을 잘 쓰려고 이 글을 쓰는 거니? 잘 쓴다는 건 뭐지? 설마 아름다운 문체와 기교에만 신경 쓰고 있는 건 아니지? 너는 글을 잘 쓴다는 소리가 듣고 싶은 거니, 아니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줘서 고맙다거나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니? 너는 지금 학문을 하려는 거니, 예술을 하려는 거니?'


정민 교수의 책 <비슷한 것은 가짜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연암 박지원은 '글이란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쓴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생각을 어찌해야 남에게 오해 없이 충분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붓만 잡으면 어찌하면 좀 더 멋있게 폼나게 쓸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한다. 연암은 글이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이라고 하고 나서, 다시 글을 짓는다는 것은 오직 ‘진眞’을 추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작가가 글을 멋있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하고자 하는 뜻을 글에 잘 담아내는 일이다. 이처럼 연설가에게 중요한 것도 달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뜻이 담긴 말을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을 수시로 상기하지 않으면 자신의 말맛에 취해 멋있는 말, 폼 나는 말을 하느라 정작 '뜻'에는 큰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발생한다. 연설에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는 일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연설을 했을 때 그 안에 담긴 자유와 평등을 향한 메시지야 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 어떤 멋있는 표현도 가장 중요한 것은 되지 못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는 주제의식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가 글을 읽고 나서, 청중이 연설을 듣고 나서 미궁에 빠지고 만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칠 것이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이런 혼란을 주지 않는 글쓰기와 말하기를 해야 할 것이다. 주제의식이라는 꼬챙이에 경험담, 근거, 예시, 인용문 등 주제에 맞는 이야기 조각을 끼워 넣어야 먹기에도 좋고 가치 있는 음식이 된다. 무작정 글을 길게 쓰고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연설까지 아니더라도 짧은 말 속에도 메시지를 잘 담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을 길게 해도 글을 길게 써도 그 속에 메시지를 잘 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는 것 말고,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 속에서 메시지라는 것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평상시의 습관과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고민하는 습관은 우리의 정신이 무언가를 늘 '찾아내게' 만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그 추구라는 건 꿈일 수도 있고 진리일 수도 있고 다양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살아가는 일일 테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도출되고 그것이 그 사람 고유의 정신이자 그 사람의 삶의 메시지가 된다. 이런 사람이라면 넓게는 그의 삶 자체뿐 아니라,  들어가 그가 겪어내는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깊은 메시지를 도출해낸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도 진리를 담은 메시지를 찾아내어 말로 표현하고 그럼으로써 타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다.


좋은 연설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좋은 인생 역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는다. 간디는 이런 말을 남겼다. "My life is my message. (나의 인생이 나의 메시지다)" 우리의 인생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기 위해서는 늘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놓지 않고 내면을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면 애써 의식하지 않아도 그의 사소한 말에서조차 메시지가 담겨 매 순간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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