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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21. 2015

성우가 되고 싶은 아이




성우가 되고 싶은 아이
(꿈은 모든 것을 낫게 한다)




대화모임에 요즘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남학생의 꿈은 성우이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꼭 성우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남학생은 연단에 설 때마다 성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지겹지도 않은지! 매번 같은 말을 하는 남학생은 조금도 지겨운 기색이 없다. 더 재미있는 건 듣는 우리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는 거다. 우리는 남학생에게 어떤 성우가 되고 싶은지, 좋아하는 성우가 누구인지, 어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물어보았고 남학생은 이런 질문을 듣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 남학생에게 꿈은 절대 지겨워지지 않는 것. 화수분처럼 줄어들지 않는 마음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꿈이란 모든 것을 낫게 해주는 신비의 묘약”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모든 인생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있지만 꿈이 있다면 그 꿈의 에너지로 어려움과 상처, 아픔들을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학 서적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찾아온 환자에게 의사로서 진단을 내리고 상담도 하지만 치료에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오히려 그 환자가 자신의 병이 좀 불편하더라도 불편한대로 두고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집중할 때 자연스럽게 신경증이 없어진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다른 문제들을 무시하고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게 하는 마음의 힘. 이것이 꿈의 힘 아닐까? 인간에게는 자가치유력이 있다고 하는데, 꿈이야말로 자가치유력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꿈은 그것이 이루어지느냐, 이루어지지 않느냐가 중요한 결과지향적 대상이 아니다. 물론 꿈을 이룬다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꿈을 이룬다면 더없이 좋지만, 설령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꿈을 꾸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 가슴 뛰는 설렘과 행복, 실질적인 능력, 좌절과 다시 일어서는 용기. 꿈을 품고 있는 시간 동안 이렇게나 많은 것이 선물처럼 주어지니 그야말로 꿈은 그 자체로 완벽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꿈이란 그것의 성취 여부를 떠나 꿈을 가지고 있느냐, 가지고 있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성우를 꿈꾸는 어리고 수줍음 많은 그 남학생이 꿈 이야기 하나로 좌중을 압도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있었다. 꿈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는 것! 사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3분 남짓한 발표 시간 동안 청중에게 감동까지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간절한 꿈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쉬이 감동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꿈이란 건 한 사람의 마음속 깊이서부터 올라오는 영혼의 목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 꿈을 꾸는 일은 우주를 움직일 만큼 강한 힘을 가졌기에 우리의 꿈은 타인에게는 감동을 주고, 자신에게는 아픈 것을 낫게 하는 자가치유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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