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3. energy
#9. 기성관념을 버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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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섯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버섯을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버섯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버섯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버섯이 좋아지기 시작한 걸까?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어느 날은 커피를 마시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커피를 들고 다니는 거리의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그때부터 커피가 맛있게 느껴진 걸까?
이런 가정을 해본다. 만약 버섯이 몸에 좋지 않다고 듣고 자랐어도, 과연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불량식품 즐기듯 버섯을 즐겼을까? 또 만약에 커피를 마시는 일이 십전대보탕을 즐기는 일처럼 올드하게 여겨지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면, 나는 지금처럼 꿋꿋이 매일 커피를 마셨을까? 그러므로 다시 내게 묻는다. 나는 정말로 버섯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태초의 인간이 아니다. 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사회 속에서 태어났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기성품(旣成品)이다. 나의 생각과 취향, 행동양식은 나를 둘러싼 기성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있다. 즉, 기성관념이 매일 내게 주입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성복을 입는 것에 익숙해져 있듯이, 이미 형성돼 있는 사회의 관념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오래된 생각과 모두의 생각이라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또 그게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살기도 했다. (기성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굳어져 버린 생각'이지만, 이 글에서는 '사회에서 이미 확고하게 형성돼 있는 생각'이란 뜻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성관념에 대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기성복이 아닌 나만의 맞춤복을 만들어 입고 싶어진 것이다. '사회 속의 나' 말고 '태초의 나'를 발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내가 진짜 버섯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하나하나 재확인하고 싶어진 거다. 그렇게 온전한 나 자신으로 거듭나려 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성복을 벗어던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한 땀 한 땀 내 손으로 직접 입을 옷을 만들어야 했다. 기성관념에 무조건 순응하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의심하는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상의 상식, 권위자의 말들, 오래된 철학,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르침들. 아무리 이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더라도 나의 힘으로 다시 생각해보기 전에는 진짜 내 생각이 아닌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주입되는 생각들은 스스로의 검수 작업을 거쳐야만 진짜 내 생각이 된다. 예를 들어, 독서가 이롭다는 건 상식에 가까운 기성관념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게 왜 좋은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독서의 이로움에 대한 내 생각은 단지 모래성일 뿐이다. 그건 내가 받아들인 기성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을 입은 셈인 거다. '책은 이롭다'라는 '내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책은 이롭다'라는 '기성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기성관념을 버리고 생각의 홀로서기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내 인생의 독서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들어서게 된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이고 진정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독서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