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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혈관

by 손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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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겨울나무를 앙상하다 하였나

그 사람은 나무의 모세혈관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이다

회색하늘 가득 박동하는 동맥

가늘고 섬세한 혈관의 순환

꽃도 잎도 다 떨궈내고 얻은 거대한 내면

겨울이야말로 나무의 가장 눈부신 시절, 화양연화이다


누가 나의 말을 앙상하다 하였나

나의 말을 들어주렴

마지막 남은 붉은 단풍잎마저 털어버리고

회색하늘 속으로 까맣게 파고드는 나의 진심을

그 모세혈관의 만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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