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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08. 2015

누구나 떤다




누구나 떤다
: 안 떨려고 하지 말고, 잘 떠는 법을 익혀라



무대공포증에 관한 유머 섞인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업무 특성상 종종 대중 앞에 서야 했는데 무대공포증이 너무 심했다.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했지만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도망치듯 병가를 내고 산 속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절에 머물면서 마음수련을 통해 무대공포증을 극복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석가탄신일을 맞아 법회가 열렸고 많은 보살들이 절에 모였다. 백 명이 넘는 보살 앞에서 큰 스님은 떨지도 않고 설법을 했다. 그 모습에 감탄한 남자는 큰 스님에게 달려가 물었다. “큰 스님은 어떻게 그리 떨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씀을 하십니까? 저에게 그 방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남자에게 건넸다. 남자는 드디어 떨지 않는 비법을 알게 됐다는 기쁨에 설레는 마음으로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두 떨려......”


가수 양희은은 무대공포증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의 제작 발표회에서 취재진에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이 있다”며 자신의 무대공포증을 고백했다. 양희은은 “수천 번을 불렀을 법한 ‘아침이슬’ 가사마저 잊어버릴 때도 있다”며 “공연을 시작하고 30분이 지날 때까지 마치 나 자신과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남편이 이런 나를 보고 ‘뭐 하는 거야 바보처럼. 그렇게 많은 세월을 노래했으면서 왜 그래? 그럴 거면 관둬!’ 하고 핀잔을 줄 때도 많다”고 고백했다. 그 후 양희은은 한 방송에서도 “데뷔 40년이 지났지만 매번 떨려서, 가족과 눈이 마주치면 가사를 모두 잊어버린다.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던 중 어머니와 눈이 마주쳐 가사를 까먹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무대공포증 하면 국민MC 유재석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렇게 활발히 방송 활동을 하는 그이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고백한다. 스튜디오 방송은 수월하게 해내지만, 연말 시상식이나 공개방송처럼 많은 관객이 운집한 무대에 설 때면 너무 떨려서 토할 뻔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개그맨 김용만은 한 뉴스 방송에 출연해 “90년대 함께 활동했던 개그맨 중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은 누구냐”는 앵커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유재석을 꼽았다. 김용만은 “(유재석은) 잘하긴 했는데 너무 떨었다. 유재석과 공개방송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유재석이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NG가 많이 났다. 담당 PD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200명 관중 앞에서 ‘유재석 씨, 3주간 쉬세요’라고 하차 통보를 했겠나”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큰 스님도 떨고 양희은도 떨고 유재석도 떤다. 누구나 남들 앞에 서면 떨린다. 이것을 좀 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내가 왜 이렇게 떨지?’,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하고 자신을 다그칠수록 무대에서 당신의 머릿속은 더욱 하얘지기만 할 뿐이다. 안 떨려고 애쓰는 대신 떨리는 것을 인정하고 차라리 잘 떨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다. ‘잘 떤다’는 것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떨림을 그대로 끌어안는 것이다. 떨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자신이 해야 할 몫을 해내면 된다. ‘받아들임’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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