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이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Sep 08. 2015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 물은 잘 흐르려 하지 않아서 잘 흐른다



 


흐르는 강물이 왜 잘 흐르는지 아는가? ‘잘’ 흐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강물이 주먹을 꽉 쥐고 ‘잘 흘러야지!’하고 마음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흐르다가 마주치는 큰 바위, 작은 바위, 조약돌 하나하나마다 마음을 졸이면서 ‘이 돌은 큰 돌이니까 특히 잘 피해야 해’, ‘조약돌이 놀라지 않게 조용히 지나가야지’ 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이다. 마치 한 겨울에 강물이 꽁꽁 얼어버리듯 얼어서 흐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강물은 거침없다. 그냥 흐른다. 돌을 만나면 돌을 감싸며 흐르고 커브를 만나면 커브를 돌며 흐른다. ‘잘’ 흐르는 게 어떤 것인지 개념조차 모르는 게 강물이다.  


좋은 말하기는 흐르는 강물과 같다. 잘 하려고 의식하지 않는 것,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은 말하기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사람들의 시선 하나하나, 자신의 자그마한 실수 하나가 거대한 바위처럼 버겁게 느껴져 자신의 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중요한 발표일수록 반대로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자리에서 발표를 좀 못한다고 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내 인생이 끝나고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니지 않나?


말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잘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자’고 생각하는 자체가 지금 말을 하고 있단 걸 의식하는 일이다. 강물이 흐르면서 ‘나는 지금 흐르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듯이 내가 하는 말의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몰입이다. 몰입은 여러 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말하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성공 모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