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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Apr 30. 2016

김윤아, 텅 빈 슬픔



 [앨범 리뷰] 
6년 만의 슬픈 솔로곡 '키리에'






4월, 봄은 절정이라 세상은 천국처럼 빛나는데, 김윤아는 지옥처럼 어둡게 가라앉는 음악을 갖고 돌아왔다. 이상하다. "4월이 가기 전에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이라는 그녀의 말 또한 이상하다.

4월 29일 정오 자우림의 김윤아가 6년 만에 솔로로 돌아왔다. 네 번째 솔로 디지털 싱글이다. 노래 제목이 '키리에'. 키리에는 그리스어 "Kyrie eleison"(키리에 엘레이손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에서 비롯된 기도 제목이다. 가톨릭 미사 시작 예식 때 드리는 '자비송', 즉 하느님에게 "불쌍한 저희를 위해 자비를 내려달라"고 간구하는 기도다.

김윤아는 네이버 <오늘의 뮤직 스페셜>을 통해 발매 기념 인터뷰를 함께 공개했다.

"이 곡은 무겁고 슬픈 곡이다. 상실감, 깊은 슬픔, 마음속에 있는, 제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로 만들었다. 들으시는 분에 따라서 개인의 상처, 혹은 타인의 상처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이 곡이 '듣는 이에 따라' 어떤 상처를 떠올리게끔 한다면, 기자에게는 '세월호'라는 상처가 떠올랐다. 물을 소재로 한 앨범 표지도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사진작가 박경일의 작품이다.

"박경일 작가님과 앨범에 대해 상의했더니, 음악을 듣고 나서 물과 관련된 콘셉트를 잡아주셨다. 저 역시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물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 이 앨범은 깊고 어둡고 푸르면서도 차갑고도 따뜻한 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노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기도처럼 장엄하고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하다. 리듬은 차분하고 느린데, 강렬한 록의 느낌이 배어나온다. 콕 집어 무슨 장르라고 규정짓기 힘든 묘한 곡이다. 듣고 나면 마음이 착잡해지는데, 그러면서도 어느 사이에 뜨거운 위안을 받은 듯 마음이 정화된다.

"사운드도 그렇고, 음악적으로 뭐라고 딱 규정하기 힘든 곡이다. 다른 데 없는 사운드를 완성해야지 이 곡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운드, 편곡이 뭘까에 대해서 고민을 치열하게 한 곡이다."

그의 말처럼 이 곡은 사운드가 독특하다. 특히 중간중간 통신음처럼 들리는 잡음이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노래의 끝에 사그라들고마는 그 잡음은 왠지 모르게 삶과 죽음의 갈림길처럼 아득한 단절을 상상하게 한다.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 나를 태우네 / 나를 불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 이건 꿈이야 / 이건 꿈이야 / 꿈이야 /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 나는 지옥에 / 나는 지옥에 있나 봐."

김윤아는 상실과 고통을 노래하는 가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곡 '봄날은 간다', '야상곡' 역시 한없이 쓸쓸하고 텅 빈 곡이다. 그의 곡은 깊은 슬픔을 극복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더욱 세게 끌어안음으로써 위로를 만든다.

"음악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키리에'를 들어주시는 여러분도 이 노래가 여러분께 슬픔이 되고 위안이 되길 바란다."

슬픔과 위안을 동시에 주는 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특히 아픈 사람들에게 진실한 기도로 다가가길 바란다. 찬란한 4월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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