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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08. 2015

Flow 몰입

다른 걱정에 매몰될 틈 없이



#6. Flow 몰입
: 다른 걱정에 매몰될 틈 없이



한 번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스피치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감, 꾸준한 연습, 철저한 리허설, 마인드 컨트롤, 책 읽기 등등.  그중 누군가 ‘몰입’이라고 답했다. 발표할 때 몰입이 안 된다고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를 마치고 저녁에 스피치 동호회에 오면,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나쁜 일이나 찝찝한 감정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발표할 때 몰입되지 않아 괴롭다고 했다. 그런 날은 차라리 스피치를 가지 말 걸 하고 후회가 밀려들면서 잠을 자려고 누워도 자책이 이어진다고. 


앞장에서 흐르는 강물처럼 스피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하려고 의식하지 말고 오직 발표하는 내용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몰입이란 흐름을 타는 일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Flow 몰입>이라는 저서를 통해 몰입의 원리를 설명했다. 제목을 눈여겨 보면 Flow라는 원제가 몰입이라고 번역돼 있다. 몰입은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의식이 어느 순간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경험으로 삼매경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자신이 하는 이야기의 물결 위로 몸을 띄어라.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듯, 내 마음의 물줄기가 청중의 마음의 바다로 흘러들 때 비로소 교감이 이루어진다. 청중과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는 당신이 말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 얼마나 깊이 집중하느냐에 달렸다. 


'몰입'하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가 떠오른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가 로열 발레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대목이다. 심사위원이 빌리에게 물었다. “빌리, 네가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빌리는 한참을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다가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모든 걸 잊게 되고... 그리고... 사라져 버려요.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기분이에요. 전 그저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 네! 전기처럼요!” 빌리가 춤을 출 때 느낀다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기분. 그것이 몰입이다. 세상도 사라지고 나도 사라지고 오직 춤만 남는 황홀경. 빌리는 춤을 추면서 깊은 몰입의 자유를 느꼈다.


다 잊자. 스피치를 하는 동안에는 말하는 내용 이외의 것은 다 잊자. 잊는다는 것은 잊어야 할 대상을 떠올리며 '잊어야지' 마음먹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당신은 이미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한 후 아닌가? 그 코끼리를 당신 머릿속에서 내쫓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처음부터 다른 동물을 생각해야 한다. 몰입을 위해서 당신 뇌에 스위치 하나를 달아라. '안녕하십니까, 발표자 OOO입니다'라고 말하면 뇌 속의 스위치가 딸깍 하고 켜진다. 그 전에 당신 머릿속에 무슨 잡생각이 가득 차 있었든지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당신의 의식은 재빠르게 몰입의 원 안으로 들어간다. 몰입의 황홀경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또 다시 무대를 찾게 된다. 가수들이 무대에 서면 느낀다는 중독성은 관객의 환호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4분 동안 온전히 몰입의 황홀경을 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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