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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23. 2018

축사쓰기는 처음이라

2018년 7월 22일 양산/ 소영이 결혼식을 기념하며








나의 베스트프렌드 소영이에게. 


소영아 안녕 나 화신이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너를 소영이라고 부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나는 너를 ‘송소’라고 부르고, 너는 나를 ‘맹구’라고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서로 그렇게 부른다는 게 재밌으면서도 요즘은 그게 새삼 고맙게 느껴진단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격의 없이 별명을 부를 수 있는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게 참 소중하게 생각되더라고.


우리 고등학생 때 성모동산에서 애들이랑 같이 산책하면서 ‘우리 중에 누가 가장 먼저 결혼할까?’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너도 좋은 분 만나서 결혼하고, 또 우리가 꿈꿨던 일들을 현실에서 하나씩 이뤄가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단다. 


너의 결혼 소식에 축하 다음으로 내가 꺼냈던 말이 ‘텔레비전은 어떡하냐’는 거였잖아. 고등학생 때 송소 너 결혼하면 내가 TV를 사주겠다고 말했는데 그땐 결혼이 먼 일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또 너가 금방 까먹을 줄 알고 한 약속이었는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단다. 사실 나는 어른이 되면 ‘이 정도는 껌이지’ 하며 정말 껌을 사듯 TV를 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 예상도 완전히 빗나갔어. 쓸데없이 얇고 가벼운 UHD TV를 만들어내는 전자업계를 원망하는 못난 내게 너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송소야. 그렇지만 우리 고등학교 졸업해도 평생 베스트프렌드 하자고 했던 약속만큼은 지켜가고 있는 것 같아서 너한테 고맙다.


우리 작년 여름에 강원도에 둘이 여행갔잖니. 너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송소 너가 정말 멋진 사람이란 걸 그때 많이 느꼈단다. 설악산 갔을 때 케이블카타고 권금성에 올라갔는데 안개 때문에 경치가 하나도 안보였잖아. 근데 너는 보이지 않아도 너무 좋다면서 정말 너무 좋아하더라. 산에서 내려오는데 어마어마한 폭우도 쏟아져서 옷이랑 신발이랑 쫄딱 젖었잖아. 나는 신발에 물이 차서 질퍽거리니까 사실 짜증이 조금 났거든. 근데 너는 정말 끝까지 긍정적이더라.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너의 태도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 그런 성품을 가진 너가 가정을 꾸린다면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거란 확신도 들었어. 


그리고 송소 넌 정말 순수한 영혼을 가졌잖니. 고등학생 때 우리 교복이 와인색이었는데 너 웃을 때마다 얼굴이 교복 색이랑 똑같아져서 우리가 토마토 같다고 그랬잖아. 정말 별 것 아닌 작은 것에도 뒤로 넘어갈 듯 크게 웃고 크게 행복해하는 너의 순수한 모습이 보기 좋았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티 없이 웃는 게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아지게 만들거든. 너가 가진 해피 바이러스로 이제 꾸려갈 가정마저도 늘 기분 좋은 곳으로 만들 거라 생각해. 인생이 언제나 좋기만 하고 언제나 행복할 수 있냐고 다들 말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그걸 받아들이는 자신의 태도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아는 송소 너는 늘, 언제나, 항상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너에게 울트라 슈퍼슬림 UHD TV를 사줄 날을 꿈꾸며 이만 축사를 줄일게.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보다 더 행복한 가정 만들길 기원할게. 그리고 너의 꿈도 이뤄서 세상에 너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길 응원해. 


잘 살아 송소~ 두 분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8. 7. 22. 

송소의 친구 맹구가.



친구야, 더 행복해!


좋은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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