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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08. 2018

가사에서 인문정신 찾기

[가사 깊게 읽기] I'm Fine...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노랫말 깊이읽기_ I'm Fine]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에 관하여

[가사 깊게 읽기] I'm Fine...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에 관하여






"괜찮아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잖아"


"차가운 내 심장은

널 부르는 법을 잊었지만

외롭지 않은 걸 괜찮아 괜찮아"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이젠 너의 손을 놓을게

I know I'm all mine mine mine

Cuz I'm just fine"


- 'I'm Fine' 가사 중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마지막 앨범에 실린 'I'm Fine' 가사다. 위의 노랫말을 보면, 화자가 지금까지 '너'를 계속 찾고 불러왔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너의 손을 놓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나는 괜찮다"며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I know I'm all mine mine mine"이라는 부분도 동일한 맥락이다.


여기엔 인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내가 나로서 바로 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것, 내가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고 그러기 위한 실마리는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 'I'm Fine'에서 외부의 '너'를 찾는 일을 그만두고 내 안에서 구원을 찾는다는 건 매우 유의미한 지점이다.


나야말로 내가 의지할 곳이다.
나를 제쳐놓고 내가 의지할 곳은 없다.
착실한 나의 힘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 <법구경> 중


'I'm Fine'은 방탄소년단이 2016년 발표한 < 화양연화 Young Forever >의 수록곡 'SAVE ME'의 필기체를 거꾸로 했을 때  I'M FINE 이 나타나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곡이다. 실제로 'I'm Fine'은 'SAVE ME'의 메인 테마를 거꾸로 리버스(REVERSE) 시킨 후 나온 테마를 샘플링하여 만든 곡이다. 가사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됐다. 'SAVE ME' 가사의 일부를 차용해서 그 의미를 뒤집어 만든 게 'I'm Fine'의 노랫말인 것.


'SAVE ME'의 가사를 살펴보면 정말 'I'm Fine'과 연결되는 걸 알 수 있다. 'SAVE ME'에서 화자는 외부세계의 누군가에게 나를 구해달라고 거듭 애원한다. 그 외부세계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부모님일 수도 있고, 정신적 스승일 수도 있고, 절대적 존재일 수도 있으며 나의 지금 문제를 풀어줄 '운'일 수도 있겠다. 해석은 각자의 마음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노래의 화자가 자기 안에서 해답을 찾기보단 바깥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는, 아니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난 숨 쉬고 싶어 이 밤이 싫어

이젠 깨고 싶어 꿈속이 싫어

내 안에 갇혀서 난 죽어있어"


"왜 이리 깜깜한 건지 니가 없는 이곳은

위험하잖아 망가진 내 모습

구해줘 날 나도 날 잡을 수 없어"


"그 손을 내밀어줘 save me save me"


"난 알았지 너란 구원이

내 삶의 일부며 아픔을 감싸줄 유일한 손길"


- 'SAVE ME' 가사 중


이렇게 말하던 화자가 'I'm Fine'에서는 "이젠 너의 손을 놓을게", "괜찮아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잖아"라고 말한다. 이것은 화자의 내면이 성장한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이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말과 같다. 끊임없이 외부세계에서 나를 사랑해 줄 사람, 자신을 사랑하게끔 도와줄 대상을 찾았지만 결국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몇 번이라도 되뇌어보겠어

또 다시 쓰러진대도

난 괜찮아"


"I'm feeling just fine fine fine

혼자서라도 외쳐보겠어

되풀이될 이 악몽에

주문을 걸어"


- 'I'm Fine' 가사 중


악몽은 되풀이 될 것이고 또 다시 쓰러지겠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가사도 주목해볼 만하다. RM은 이 곡을 설명하며 "가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삶의 불행이 되풀이 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내용의 곡"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러브 유어셀프'란 메시지의 핵심이 있다.


내 안에서 해답을 찾는 것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할까?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는 못난 자신까지도 사랑해야 진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태도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열쇠다. 다음은 방탄소년단이 얼마 전 유엔 정기총회에서 연설한 내용 일부다.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든, 어제의 나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RM)


이들의 연설은 'I'm Fine'의 메시지와 강렬하게 통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를 사랑하자. 그 방법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물론 나를 사랑하는 데 실패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강한 것은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내게 악몽은 되풀이되겠지만 나는 다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기사입력 18.10.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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