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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3. 2015

지식의 희소성

인터넷 지식의 함정




#5. 지식의 희소성
: 인터넷 지식의 함정




희소한 물건은 비싸다. 희소한 재능은 칭송받는다. 세상의 모든 희소한 것들은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 사람들은 희소한 것을 선망하여 크리스털의 광채를 귀히 여기고 비범한 예술가의 그림을 소장하려 한다. 말도 그렇다. 희소한 말은 기록된다. 희소한 말은 가치 있기 때문이다. 희소한 말은 희소한 지식과 희소한 경험에서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정판 운동화를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만큼 희소한 지식을 손에 넣으려는 열망을 불태우진 않는다. 그만큼 희소한 말도 쉬이 듣기 힘들다.  


인터넷이 문제다. 물론 인터넷에 죄를 묻기에는 인터넷이 우리 인류에 베푼 선행이 지대하다. 인쇄술의 발달로 지식의 평등사회가 도래한 것처럼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식과 경험의 공유가 가능해졌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가끔 의도치 않게 악행을 저지르듯, 인터넷의 선행도 어떠한 측면에서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인터넷은 지식을 기성복처럼 재단한다.


우리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이용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터넷의 검색엔진은 우리의 지식을 희소성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줄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지 않다. 검색 리스트 상위에는 대중적인 답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새롭고 희귀한 지식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뒤로 밀려난다.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찾은 정보는 ‘좋은 정보’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가 반드시 고급 정보는 아니다. 설령 검색엔진으로 얻은 정보가 양질의 정보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없다.


가령 땅콩이 중국으로부터 많이 수입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걸 몰랐던 당신은 검색엔진을 통해 뒤늦게 이 지식을 접하고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미소 지을 사람은 따로 있다. 제주도 옆 우도에서 양질의 땅콩이 재배되고 있다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의 땅콩에 대한 지식은 당신의 것보다 훨씬 희소성 있는 고급 지식이다. 당신과 그 사람이 차례로 스피치를 한다면 당신의 대중적인 지식을 수첩에 기록하는 청중은 없다. 반면 우도에서 땅콩이 재배된다는 덜 보편적이고 덜 대중적인 지식을 기록할 청중은 많다.  


검색 대신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이 주는 지식은 희소성이 있다. 세상에는 검색엔진의 수보다 월등히 많은 책들이 있다. 아무리 부지런히 책을 읽어도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한 사람이 읽는 책의 수는 극히 일부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검색엔진을 활용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일부에 국한된다. 하나의 단어에 대한 검색 결과는 동일하지만, 하나의 주제에 대한 책의 수는 무척 다양하다. 책은 그 자체로 희귀 지식이며 고급 지식인 셈이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말이 청자에게 힘 있게 다가가는 건 당연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인풋 Input이 많아야 아웃풋 Output 역시 참신할 수 있는 법. 책을 읽는 일은 당신 지식의 희소성을 높이고 동시에 당신이란 브랜드의 희소성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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