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namon #. 귤
잠이 오지 않아 간밤에 불을 켜고 귤을 먹는다. 냉장고에 삼 열 종대로 세워둔 귤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가장 몰캉한 것을 고른다. 단단한 것들은 내일이면 좀 더 물렁해져 있길 바라면서 냉장고 문을 닫는다. 겨울에 내 손톱은 귤을 까먹기 적합하게 짧게 잘라져 있다. 껍질이 시원하게 옷을 벗는 대신 어설프게 툭툭 떨어지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쉽게 까지지 않는 귤껍질 때문에 나는 귤이 조금 더 좋아졌다. 새벽 3시 40분 사위는 조용하고 귤은 방 안에 환하다. 검은색 하늘에 주황색 귤이다. 네 개의 귤을 까먹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목까지 이불을 덮는다. 속은 차갑고 얼얼하고. 잠이 온다.
cinnamon #. 아이스크림
오늘의 행복이 녹아흐른다. 투명한 아이스크림 유리컵이 녹은 밀크로 부예질 때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다. 아쉬운 게 행복이라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혀끝에 밀크를 적신다. 이 아이스크림이 오늘 나의 행복이라면 내일의 행복은 얼마나 더 작아야 할까. 얼마나 작아서 나를 뿌옇게 만들까. 작고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명상처럼 가만히 앉아서 녹아내리는 행복을 바라보는 일이 어디에 없을까. 내 행복은 뿌옇게 흐려져서 녹아내리는 것들 가운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