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경/커피

by 손화신






cinnamon #. 아침


간밤에 꾼 꿈들을 일어나서 노트에 적는다. 만년필이 사각사각 종이를 가르면 보이지 않는 길이 패인다. 밤의 세계가 논두렁 길을 따라 다시 흐르고. 기억이 끝나면 나는 노트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cinnamon #. 안경


안경집에서 안경테를 고른다. 둥근 것이 좋다. 검은 색은 집에 있으니 다른 색이면 좋겠다. 혼자서 안경을 살 때면 안경집 주인에게 다가가 친구처럼 묻는다. 저 뭐가 더 잘 어울리는지 봐주세요. 그럼요. 서로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눈이 마주친다. 나는 세 개의 안경테를 골라왔고 세 번의 눈맞춤을 한다. 두 번째 쓴 게 저는 제일 나아요. 저도 두 번째가 젤 끌렸어요. 안경은 혼자 쓰는 게 아니고 코가 돕고 귀가 도와 쓰고 이렇게 맞출 때도 도움을 받는다. 안경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것으로 정했다.




cinnamon #. 커피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카페에 들어가면 카운터 앞 갈림길에 선다. 지금 커피가 먹고 싶다. 그러면 결정해야 한다. 커피를 선택할 것인지 내일을 선택할 것인지. 내가 행복한 사람일 때는 언제나 내일을 포기했다. 카페인은 내일의 부정이어서 오늘의 중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귤/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