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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03. 2019

도도해서 순수했던 '세기의 디바'

영화 리뷰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일생




[미리 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



이하 사진  ⓒ (주)영화사 진진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익히 들어온 그 이름, 마리아 칼라스. 얼마나 뛰어난 기량과 타고난 목소리를 지녔기에 생전 그토록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도 아직 회자되는 걸까. 이 소프라노는 어떻게 전설로 남았을까.


이 궁금증으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 언론시사회를 찾았다. 


도도하고 순수한 영혼


마리아 칼라스의 디바적 면모를 기대하고 본 영화는 의외의 재미를 주었다. "무대 아래서 저는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뱉던 마리아의 얘기처럼, 영화는 가수로서의 칼라스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마리아를 면밀하게 조명한다. 단단한 내면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상처 받기 쉬운 마음, 기쁨과 고통을 주었던 평생의 사랑에 대해서, 마리아가 살아온 생의 흐름을 시간 순서로 따라가며 그린다.



1923년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 그는 오디션에 합격한 뒤 어느 날, 주연 소프라노가 펑크 낸 오페라에 투입돼 세계적인 가수가 된다. 그 후 우여곡절과 슬럼프를 겪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활동하고 그러다가 다시 사랑에 상처 받아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1977년 54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기까지, 그의 한 인간으로서의 이야기가 영화 <마리아 칼라스 : 세기의 디바>를 통해 펼쳐진다. 


특히 인간 마리아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받은 포인트였다. 그의 도도하면서도 순수한 영혼이 사람의 마음을 매혹하기 때문이다. '저런 사람이 예술가구나' 싶을 정도로 그는 누구보다 당당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고 또한 어린이 같은 순진무구하고 소박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완전히 홀려버리는 강렬한 매력을 보이다가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한없이 약해진다. 



도도함과 순수함은 그에게 있어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특징이다. 노래와 자신의 무대에 관해서, 본인이 품고 있는 예술적 이상에 관해서 말할 때와 삶에 대한 생각을 말할 때 마리아는 커다란 어른 같으면서도 아주 작은 아이 같다. 


노래하는 마리아도 상영시간 내내 아쉽지 않은 분량으로 만날 수 있다. 푸치니 <나비 부인> '하늘이여, 바다여'부터 베르디 <맥베스> '이리 오세요', 비제 <카르멘> '하바네라' 등 총 8곡의 트랙이 영화에 등장한다. 물론 그의 실제 공연 영상으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영상에 더해 그가 생전에 했던 인터뷰 영상, 무대 밖의 개인적 삶을 촬영한 비디오까지, 공연장 안과 밖의 마리아를 종합적으로 비춘다. 그럼으로써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칼라스의 상태가 일상에서 마리아의 상태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한 그 반대는 어떠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세기의 디바, 세기의 아이콘 



영화의 제목처럼 그는 '세기의 디바'임이 분명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달리 발견한 것은 '세기의 아이콘'으로서의 마리아 칼라스였다. 더없이 완벽한 기교와 섬세한 감정 표현을 선보이는 무대 위 모습도 인상 깊었지만, 평상시의 나른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눈빛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짓은 더욱 아이콘스러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원하는 대로 주소서. 대신에 나쁜 일은 그것을 감당할 힘도 같이 주소서."


혼자서 이런 기도를 한다며, 마리아는 쑥스러워하며 밝혔다. 이 기도처럼 그는 인생의 기쁨뿐 아니라 고통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삶을 사랑했다. 이것이 한 명의 아이콘으로서 그가 돋보이는 이유고,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경이다.   


그의 뛰어난 면모만을 언급했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물론 이해불가한 구석도 많았다. 삶을 즐길 줄도 알았고 내면이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한 여인으로서 사랑 앞에선 한없이 비이성적이고 나약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을 버리고 재클린 캐네디와 결혼한 두 번째 남자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지고 무대에도 서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다시 받아주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예술가로서, 평범한 한 명의 여자로서 화려하게 활동했고 화려하게 사랑했다. 그러나 이렇게 한마디로 명료하게 정리하기엔 그의 일생은 그리 단순하고 일차원적이지 않다. 못다 한 마리아의 이야기들은 아래의 그의 말처럼, 영화 너머의 곳에 머물러 있다.


"내 비망록은 노래 안에 담겨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니까요."  


*한 줄 요약 : 가장 밝은 곳에 선 칼라스의 숨겨진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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