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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Aug 15. 2019

출간 D-15, 한 저자의 심리상태 보고서




출처_ 나




안어른 에세이 출간 15일을 앞두고.... 2019. 8. 15. 아주 깊은 낮



가. 다른 시간계로 진입


인간계에는 두 가지 시간 세계가 존재한다. 시간이 넘나 빨리 가 세계와 시간이 넘나 안 가 세계. 내내 전자의 시간계에 살던 나는 8월 초부터 나를 둘러싼 시침이 갑자기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자각했다. 너무나 너어무나 마아아아니 느...... 리........... 게................. 그렇다. 나는 다른 차원의 시간계로 진입한 것이다. 출간일은 8월 30일, 보름 남았다. 하지만 그날이 내게 과연 오긴 오는 것인가. 저렇게 세상 태평하게 초침과 분침과 시침이 담합하여 태업 중인데, 그날이 정말 오긴 오는 거냐 말이다. 피 냄새를 맡은 초조한 좀비가 된 것만 같다.



나. 염탐의 시작


열흘 전, 내 책 막바지 작업으로 왕구슬 땀을 흘려주고 계신 웨일북을 찾았다. 목마른 자에게 이온음료 한 잔의 자비를 베풀 듯, 대표님은 내게 스포 하나를 던져주셨다. 책 표지 일러스트를 어떤 작가님께서 작업 중이신지 알려주신 거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일러스트레이터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갔다. 프로답게 떨리는 티는 하나도 안 냈다. 짐짓 태연하게, 작품들을, 훑어보았고 마음속으로 나는 소리쳤다.


아.... 됐다 됐어! 표지는 됐다. 섬세한 필치에서 그의 예술혼(?)을 느꼈다. 상당히 럭키하게도, 실력뿐 아니라 혼까지 충만하신 분이 내 책 표지를 맡아주고 계시단 사실에 아마추어인 나는 정말 프로가 된 양 으쓱해졌다. 그 시각 이후로 나는 느린 시간계 속에서 농땡이 중인 시침을 바라보는 대신, 그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바라보았다. 염탐, 그리고 공상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내 책 표지를 어떻게 그리고 계실까. 요런 톤으로? 아니면 저런 톤으로? 지금 채색 단계에 있다던데 무슨 색깔 물감을 쓰기로 결정했을까? 갑자기 사설탐정이 돼버린 나는 작가님의 기존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다각도의 추리에 힘쓰고 있다.



다. 우주계로 주파수를


상상은 이미 도착한 미래다. 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라 이번에도 성실하게 김칫국을 드링킹하기 시작했다. 주파수를 지지지직. 이제 시간도 많은데 우주에 전파라도 보내야지. 그 전파란 바로 이것이다(웃지 마세요, 저 지금 되게 진지하고요).


스페셜 에디션! 안 이뤄진다고 해도 상상만으로 행복해지는 가성비 좋은 생각의 길을 따라, 나는 내 책에 구체적인 목표 하나를 부여한 것이다. 겨울이 되면 추우니까 우리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자꾸나?! 윈터 에디션이란 게 나오는 미래를 당겨오면서 혼자 실실 기분 좋아져서 웃고 앉은 것이다. 스페셜 에디션이 무엇인가! 책이 널리 사랑($)받아야지만 만들어질 수 있는 그런 상징적인 상징의 표면화가 아닌가!


사실 이 모든 건 혼자 꾸는 막꿈이고, 정말이지 백지에 궁서체로 제목이 적힌 표지에다 쓰다 남은 실을 엮어 제본한 책이 나온다고 해도 나는 넘치게 감사하고 넘치게 행복할 것이다. 스페셜 에디션은 마분지 사서 내가 만들면 되니깐. 수개월간 글을 쓰고 수정하고 교열 확인을 하고 또 하고... 멀고 험난한 산행을 끝내고서 너른 평상에 대大자로 드러누운 지금, 난 아이처럼 자다가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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