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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Dec 06. 2019

정승환의 떨리는 고백... 이번에도 아이유가 도왔다

신곡리뷰




정승환의 떨리는 고백...
이번에도 아이유가 도왔다




[신곡리뷰] 정승환,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


사진_ 안테나 제공


새하얀 눈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이번 겨울에도 우리 곁을 찾아왔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에 실린 '눈사람'이란 곡과 이어지는 듯한 신곡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 바로 정승환의 목소리다. '밤편지'로 근사한 호흡을 맞췄던 아이유와 제휘가 '눈사람'에 이어 각각 작사와 작곡으로 또 한 번 참여한 노래다. 그래서인지 '눈사람'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또다시 되살아나는 듯하다. 


정승환이라는 가수가 지닌 특별함이 이번 신곡에서도 어김없이 전해진다. 어떤 노래를, 언제, 어디서 불러도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기필코 움직인다. 특히 가사와 멜로디가 훌륭한 노래를 만나면 목소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지난 5일 나온 따끈한 신곡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이 그런 노래다.  


"입김처럼 하얀 목소리/ 닿을 듯하다 사라지고/ 못내 아쉬운 마음처럼/ 천천히 걷는 두 사람/ 넌 기다려 왔다가도/ 움츠러들게 되는 겨울 같아."


첫 소절을 듣고 나서 작사가로서 아이유의 재능이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는 인상을 여실히 받았다. 닿을 듯하다 사라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을 입김과 목소리에 비유했는데, 이 비유가 그야말로 찰떡이다. 입김도, 목소리도, 분명히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실체지만 절대 손으로 잡을 수는 없는 못내 아쉬운 것들이다. 이어지는 가사로 '넌 기다려 왔다가도 움츠러들게 되는 겨울 같아'도 짧은 한 문장 안에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막상 다가오면 움츠러드는 겨울은 입김이나 목소리처럼 손에 닿을 듯하다 끝내 껴안지 못하고서 떠나보내는 계절이다. 이미 도입부 가사에서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 들어가 있는 응축성이 시적이다.


"걸음을 서둘러/ 이 신호에 건너게 된다면/ 서둘러 도착한 버스에/ 우리 나란히 앉아 간다면/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을/ 서둘러 오늘 할 텐데."


여기서부터 아이유는 듣는 이의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을 그린다.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신호등은 언제나 애매하고 어중간한 대상이다. 이번 신호에 건널까, 건널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양갈래로 갈라지는 마음 앞에서 고민한 경험을 사랑 고백에 대입한 점이 신선하다. 물론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 된다. 이 신호에 길을 건너 저 버스에 타면 고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표층의 뜻 그대로도 이면의 비유와 결을 같이 하며 통일성을 띤다.



"시큰하고 시리다가도/ 포근한 이 겨울이/ 내겐 너 같아."


겨울은 정말이지 아이러니의 계절이다. 기다려왔다가도 막상 오면 '너무 추워'하며 싫어라하는, 또한 시린데도 동시에 포근함을 주는 이상한 날들이다. 이런 겨울을 우리는 사실 사랑한다. 다만 그 쌀쌀함에 막상 앞에 서면 움츠러드는 것일 뿐. 그러나 그건 우리의 어수룩하고 반사적인 반응에 지나지 않으며, 진심이 아니다. 이 노래의 두 사람도 서로에게 겨울과 같은 아이러니한 존재다. 또한 그 안에 진심은 분명 사랑인 존재들이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순간이야/ 다를 거 없는 보통의 하루라/ 더 기억해두고 싶은 밤이야/ 서둘러 이 어두운 골목을 지나면/ 어느새 도착한 너의 집 앞/ 가로등이 우릴 비추면


십이월 이십오일의 진심을/ 지금 너에게 말할게/ 나의 겨울아 내 모든 계절이 되어 줘."


장면과 장면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버스가 배경이었던 풍경은 화면이 전환되며 밤, 가로등이 환한 너의 집 앞으로 바뀐다. 그곳에서 화자는 끝내 고백한다. 드디어 망설인 순간의 종착역이자, 새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노랫말의 마지막 소절은 잔잔한 듯하면서도 극적이다. 드라마로 치자면 한 남자가 떨리는 고백을 하고, 마주 선 여자가 그런 남자를 놀란 듯, 전혀 놀라지 않은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한 회가 끝난다. 다음 회에 계속... 


'나의 겨울아 내 모든 계절이 되어 줘'라는 대목에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근사한 가사다. 겨울은, 노래의 도입부에서부터 힌트를 주었듯 화자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다. 겨울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활용했단 점이 재미있다. 많은 노래들이 겨울의 시림 아니면 겨울의 따뜻함 둘 중 하나를 택해서 가사로 풀어내는데 반해, 시리면서도 따뜻한 그 양면성을 다뤘단 점에서 지은이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다가가려 하면 막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 사람과 겨울이 꼭 닮아 있어 퍼즐처럼 비유는 착착 엮인다.  


이 노랫말의 지은이 덕분에, 이 곡을 부르는 정승환의 진심 덕분에, 가사와 목소리를 모두 끌어안는 제휘의 멜로디 덕분에 올 겨울 또한 시린 가운데서 따뜻하게 보낼 듯하다.  


기사입력 19.12.06 17:4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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