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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Dec 18. 2019

나의 잠은 간절하고, 너의 자장가는 달콤해서




불면증 있으신가요?
따뜻한 우유 대신 자장가를 들어보세요




[신곡 리뷰] 크러쉬 '잘자' & 아이유 '자장가'


잠은 소중하다. 이 사실을 깨닫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제대로 못 자서 몸이 힘들 때 비로소 '아, 잠은 소중한 것이야' 하고 절절히 느끼니까. 불면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소한 병이라고 말할 순 없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학교나 회사에 가서 하루를 버텨내는 일은, 그 괴로움은 보통의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불면증에 시달릴 때가 잦은데,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그럴 땐 따뜻한 우유를 마신다. 조금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전자레인지 앞에 가서 우유를 데워 마시고 싱크대에서 컵을 씻어 엎어놓고 다시 침대에 눕는 사이에... 조금 들려했던 잠마저 깬다. 약은 먹어본 적 없다. 그러던 중 요즘 아주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자장가 들으면서 자기'다. 아기 때처럼 말이다.


읽다가 잠들 만큼 서론이 길었는데, 본격적으로 자장가 2개를 추천해보려 한다. 최근에 나온 앨범을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노래 두 개, 바로 크러쉬의 '잘자'와 아이유의 '자장가'다.


크러쉬 '잘자'... 귀여운 꿈을 꿀 것 같은 노래



근래에 발표된 크러쉬의 정규 2집 < From Midnight To Sunrise >의 맨 마지막 트랙 '잘자'는 가사가 무척이나 앙증맞다. 자이언티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수록곡은 크러쉬와 자이언티가 함께 작사한 노래다.


"수없이 외로웠던 밤을/ 이 작은 손에 닿기 위해/ 얼마나 달려왔는지/ 널 잠 못 들게 하는 소음/ 내가 다 가져갈게


반짝이는 눈/ 강아지발 코/ 터질 듯한 볼/ 펄럭이는 귀/ 두꺼운 입술/ 걸음걸인 뒤뚱/ 누굴 닮아 이렇게 예뻐/ 널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 행복한 꿈만 꾸길 바라"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자녀에게 들려주는 노래다. 너무도 귀여운 자신의 아기를 바라보면서 눈, 코, 입 등 생김새를 묘사하는 대목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강아지발 코에 펄럭이는 귀라니! 아기의 그 앙증맞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흥미로웠다. 최근에 본 표현 중에 가장 깜찍했다.


"잘자 잘자 포근하게/ 잘자 걱정들을 뒤로한 채/ 별빛들도 잠들 때까지/ 아무도 널 깨우지 못할 거야/ 잘자 잘자 잘자"


별빛들도 잠들 때라면 아침이다. 아침까지 아무도 널 깨우지 못할 거라는 말이 든든하다. 아기의 잠을 지켜주는 아빠의 듬직함이 부드러운 말투로 녹아 있다. '널 잠 못 들게 하는 소음'도 내가 다 가져갔으니 아무도 너를 못 깨운다는 그 확신의 한 마디는 무엇보다 안정감을 준다.


"달빛 품은 눈/ 앙증맞은 코/ 아기자기한 몸/ 날개 같은 귀/ 보드라운 손/ 입꼬리는 히죽/ 누굴 닮아 이렇게 예뻐/ 널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 행복한 꿈만 꾸길 바라"


아기의 생김새 묘사가 한 번 더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날개 같은 귀'란 표현이 참 예쁘게 느껴진다.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 덤보가 떠올랐다. 잘 때 이 노래를 틀어놓고 잠이 들 때면 머릿속에 덤보 같이 귀여운 아기가 자꾸 떠올라서 기분 좋은 상태로 잠잘 수 있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잠이 들 당시의 기분상태가 중요하다, 이런 내용을 본 적 있는데 크러쉬의 '잘자'를 들으면서 자면 포근하고 사랑 넘치고 안전한 꿈을 꿀 것만 같았다.


아이유 '자장가'... 마지막 가사에 뭉클



아이유의 최근 미니앨범 < Love poem >의 수록곡 '자장가'도 불면증에 특효약이다. 크러쉬의 '잘자'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자장가라면, 아이유의 '자장가'는 찡한 위로를 주는 노래다. '자장가'는 아이유가 작사한 노래인데 개인적으로, 이 곡의 마지막 가사 두 글자가 어느 날 확 와 닿아서 이것에 대해 며칠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기다리지 않기로 했잖아/ 울지 않을 거라고 그랬잖아/ 너무 늦은 밤이야/ 오 너무 긴 이별이야


잠시만 더 이렇게 있을까/ 그래 잊혀져 버릴 꿈이지만/ 눈을 감아 마지막/ 잠을 재워 줄게"


크러쉬가 아기를 재워주는 거라면, 아이유는 자기 또래의 어른을 재워주는 것만 같다. 첫 소절 '기다리지 않기로 했잖아'라는 대목이 이미 슬프다. 이 말은 기다리지 않을 수 없어서 기다렸다는 말이니까. 긴 이별 가운데서 무작정 오래 기다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짠하고 마음 아프다.


"My lullaby/ Baby sweet goodnight/ 무서운 꿈은 없을 거야/ 너의 끝나지 않는 긴긴 하루를/ 이제는 그만 보내주렴 음"


긴 하루를 이제 그만 보내주라고 아이유는 말한다. 우리가 잠 못 드는 건 어쩌면 오늘 하루를 떠나보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오늘 누군가에게 들었던 상처가 되는 말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오늘 누군가에게 주었던 상처가 되는 나의 행동을 후회하느라 하루를 떠나보내지 못해 잠들지 못한다. 하지만 보내줘야 잘 수 있다.


"잠들지 못해/ 지친 숨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


I'll be nearby/ Baby sweet goodnight/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더 만날 수 없는 지난날들도/ 이제는 그만 놓아주렴/ My edelweiss/ Baby sweet goodbye/ 모두 잊어도 돼/ 다 괜찮아 괜찮아 놓아"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란 구절이 내게 뜨거운 위로를 주었다. 누군가가 나의 깊은 잠을 위해서 시끄러운 걱정들을 붙들어주고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따뜻한 우유 없이도 잠이 스르륵 온다.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라는 약속도 마음을 놓게 만든다.


놓아. 나에게 최근 불빛이 되어준 두 글자다. 마지막 가사는 '놓아'다. 오늘의 모든 기억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 모두 잊어도 된다며, 괜찮다며, 놓으라고 말한다. 애써 붙잡고 있느라 긴장됐던 마음이 스르르 이완되는 듯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잘 때면, 마음이 너무도 따뜻한 상태로 잠들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노래다.


아무래도, 자장가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기사입력 19.12.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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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기사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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