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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6. 2015

'왜'라고 묻는다는 건

소원이 이뤄진다는 것




#13. '왜'라고 묻는다는 건
: 소원이 이뤄진다는 것




누군가 '살아가면서 네가 발견한 것 한 가지를 말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다짜고짜 육하원칙을 늘어놓을 참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내가 발견한 한 가지는요. 육하원칙 중에 단 하나만이 중요하단 거예요." 6가지 질문 중 오직 '왜'만이 그 답을 찾기 위해 내 영혼 속으로 뛰쳐들어온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머지 5가지는 영혼의 문 밖에서 원하는 답을 싱겁게 찾아내고선 미련 없이 떠나갔다. 오직 '왜'만이 오래도록 천천히 나의 영혼 속을 헤집었고 나를 성장시켰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왜'라고 묻는 일은 끝내 그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왜'라는 한 글자는 나이가 들수록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단 생각이 들 때면 '무엇을'이란 질문만 쉼 없이 던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난 무엇을 할까?',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까?' 이렇게 답답한 질문만 던지고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나의 내면에서 언제부터인가 '왜'라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너는 그 일을 왜 하고 싶은 거니?'


'왜'라고 묻는 순간 잠자고 있던 영혼이 기지개를 켰다. '왜'라는 단순한 한 글자가 요술램프 속 잠자던 지니를 깨우는 주문이었다. 어떤 직업을 갖고서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필시 뭔가가 잘못된 거다. 또 그 대답이 '돈을 벌기 위해서'로 끝나버린다면 그것도 뭔가 잘못된 거다. '왜'라는 질문에 머리가 아닌 당신의 영혼이 심연으로부터 하나의 대답을 꺼내놓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길을 찾은 것이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만큼이나 타인에게 던지는 '왜'에도 큰 에너지가 깃들어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내의 매킨토시 개발팀을 독려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1983년에는 펩시콜라 미주 본사 사장 존 스털리를 영입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남은 일생을 설탕물을 팔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가.” 그는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직원들에게 물었고 자신이 찾은 답을 끊임없이 그들 앞에 내밀었다. 매킨토시를 개발하는 일은 그의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단순한 기술개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겠지만 '왜'라는 질문을 만남과 동시에 달에 처음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의 일처럼 돼버린 것이다.


'잘' 살아간다는 건 자신의 내면을 향해 또는 외부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일이다. 지니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요술램프 속에서 오직 한 마디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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