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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7. 2015

연결고리 화법

A와 B의 기막힌 만남




#15. 연결고리 화법
: A와 B의 기막힌 만남




갑작스럽고 엉뚱할 때 하는 말, 뜬금없다. 여기서 나온 '뜬금포'란 말이 요즘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한 포털 오픈사전에 따르면 야구에서 기대 안 한 선수가  뜬금없이 홈런을 칠 때 쓰는 말이란다. 뜬금포란 게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사람을 뜬금없게 만들지만 뜬금없는 만큼 매력이 있다. 뜬금이 없단 건 반전이 있다는 소리니까. 우리는 반전 있는 영화를 볼 때 짜릿함을 느낀다.


말을 할 때도 꼭 이런 뜬금포들이 있다.' 저 사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이야기를 꺼내지?' 이렇게 청중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람. 보통은 스피치 고수들이다. 이들은 주제와 전혀 맞닿아 있지 않은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A라는 뜬금포 스토리는 체인으로 이어지듯 B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A와 B는 따로 놓고 보면 유사성이 없지만 화자의 논리를 거치며 결국 하나의 본질을 공유하는 이야기로 엮인다. 청중들은 처음엔  뜬금없어서 관심을 가지다가 다음엔 무슨 이야기가 이어질까 하는 궁금증에 귀를 기울이고 그 후엔 주제와 만나는 지점을 목격하고는 무릎을 친다. 반전처럼 짜릿한 순간이다.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면  A와 B의 격차가 커야 한다. 가령 앞서 선보인 '칭찬의 자급자족'이란 글은 B(칭찬)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A(자급자족)라는 뜬금포를 배치해본 사례다. 물론 완성된 글이다 보니 이미 제목으로 결론을 말해버린 셈이지만, 만약 이것이 '칭찬'이란 주제의 스피치였다면 뜬금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칭찬'이란 주제로 스피치 하겠다는 사람이 "퀴즈를 낼 테니 맞춰보세요. 인간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것은?" 이렇게 뜬금없이 퀴즈를 낸다면, 또 그 답으로 '자급자족'을 말한다면 청중들은 대체 '칭찬'과 '자급자족'이 무슨 상관이란 건지 궁금해진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화자는 A(자급자족)와 B(칭찬)를 이어 스스로 칭찬하는 일, 즉 칭찬의 자급자족에 대해 메시지를 엮어내면 그때 비로소 청중의 궁금증은 풀린다.


이는 마치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B를 캐내기 위해 A라는 곡괭이를 이용한다. 맨손으로 땅을 캐는  것보다 곡괭이를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인 것처럼 주제를 부각하고 힘 있는 스피치를 하기 위해 A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신문 칼럼을 읽다 보면 이런 뜬금포를 자주 목격한다. 칼럼니스트들은 어지간히 고수들이라 제대로 뜬금없다. 그러다 점점 뒤로 가면서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 듯 주제로 합류된다. 이런 고수들은 도입부에 잠깐 뜬금포를 가져다 쓰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반 이상을 할애하다가 마지막 3분의 1 정도를 남겨두고 주제로 연결시킨다. 이런 글을 보면 나도 언젠가는 화룡점정의, 마지막에 가서 주제를 빵 터뜨리는 고수가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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