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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7. 2015

혼자만의 시간

뼛속까지 내려가 나를 만나는 일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16. 혼자만의 시간
: 뼛속까지 내려가 나를 만나는 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책이 있다. 글쓰기 책 중에서 이보다 좋은 제목을 난 아직 보지 못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니. 그런 글이라면 작가의 영혼이 담기지 않을 수가 없겠다. 위대한 작가는 이성으로만 글을 쓰지도, 감성으로만 글을 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뼛속까지 다다르면, 거기 있는 자신의 영혼으로 글을 쓴다. 이런 글이라면 시간이 흘러 10년이 지난 후라도 독자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뼛속에서 나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말이 듣는 이의 영혼을 흔들 만큼 힘 있다는 걸 스스로는 잘 모른 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왠지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을 것 같다. 뼛속에서 나오는 말을 하려면 뼛속까지 자주 내려가 본 사람이어야 하니까. 그리고 뼛속까지 내려가는 일은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하니까. 혼자 있는다는 건 자기 자신을 향해 걷는 일이니까.


자기 자신 가장 친한 사람과 나는 친해지고 싶다. 어쩐지 그런 사람의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는데, 그런 사람은 내가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자기 자신과 농밀한 시간을 나눌 때 사람은 나다움을 찾는다. 스피치를 하는 이유가 나다움을 세상에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앞서 말했듯이, 나다움을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 시간 속에서 내면의 힘이 생기고 나다운 말들이 잉태된다.


그렇다면 혼자만의 시간에 무엇을 할까. 이건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건 혼자 있는 게 아니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행운을 얻었다면 그 시간이 헛되지 않게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 그러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일,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일, 가만히 공상에 빠져보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명상, 책상을 정리하다가 문득 지난날들의 나를 돌아보는 일, 낯선 여행지에서 등이 굽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 그리고 꿈꾸는 일. 최대한 고독해지는 시간들 속에서 영혼은 힘을 얻고 생각은 창의성을 얻는다. 같은 주제라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왠지 혼자 있을 때 이런 일들을 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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