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이 더 이상한 걸요"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소로 대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태도가 착각이다.
- 인디언 럼비족 ‘훈계’
외모나 재산에 연연하지 마라. 언젠가는 모두 사라진다. 그대를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 미소는 우울한 날을 밝은 날로 만들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 틱낫한
#14. 일단 미소 띤 얼굴
: "무표정이 더 이상한 걸요"
보기만 해도 일단,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일단, 웃는 사람이다. 웃는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서 미소 짓게 하는 힘을 가졌다. 스피치 동호회에 오랫동안 참석하면서 느낀 게 있다. 미소 띤 얼굴이 그 자체로 얼마나 큰 힘을 가졌나 하는 것이다. 미소 띤 얼굴로 발표하는 사람을 보면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행복해지는데 그 '행복'이란 게 소통의 궁극의 목적인 '교감'과 직결됨을 느낀다. 미소로 연결되는 호감(好感), 행복감(幸福感)은 글자 그대로 ‘느낄 감(感)’, 느낌으로 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성을 넘어 감성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20대 중반의 한 남성 연사님이 있었다. 그렇게 잘 웃는 얼굴은 본 적이 없을 만큼 내내 싱그러운 미소를 가진 청년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얼굴은 무표정이 베이스캠프라면, 그 청년은 미소가 베이스캠프였다. 그 청년이 앞에 나와 말을 하면 나도 모르게 따라서 미소 지어지곤 했다. 내가 저 청년을 좋아하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미소를 지은 채 청년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거울효과였다. 한번은 청년에게 물었다. "표정이 참 밝고 좋으시네요. 원래 잘 웃으세요?"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원래도 그런 편이긴 한데... 그것보다는... 발표할 때 안 웃고 하는 게 저는 더 어색하더라고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무표정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거다. 그 청년에게는 오히려 미소가 '정상'인데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일었다. 내 얼굴의 베이스캠프도 무표정에서 미소로 옮기리라 다짐했다.
앞에서도 누누이 언급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을 전달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풍기는 분위기와 에너지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용이 좀 부실하더라도 밝은 기운을 뿜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듣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에너지 좋은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받는 것도 욕심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뿜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설 때면 그 청년의 한 마디를 떠올리곤 한다. "안 웃는 게 더 이상해요."
미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방 안 공기를 단번에 바꾸는 걸 목격하곤 한다. 햇빛이 모든 장소에 빛을 비추듯 미소는 방 안 구석구석을 밝게 비춘다. 또 햇빛 아래 여러 개의 거울을 놓으면 거울들끼리 다시 빛을 반사시켜 온통 빛천지가 되듯이, 따라 웃는 청중의 미소는 서로 반사효과를 일으켜 방 안을 환하게 한다. 목소리는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소는 보다 빠르고 확실한 '한 방'인 셈이다. 그저 '웃는 게 정상이지' 하고 자기암시해보는 거다. 당신이 오늘 아침 편의점 계산대에서 건넨 환한 미소가 지친 알바생의 하루를 기분 좋은 것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