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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21. 2015

은유의 매력

다른 현실의 장을 여는 문




#7. 은유의 매력 
: 다른 현실의 장을 여는 문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해지면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지경에 이른다. 그럴 때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대신 사랑노래를 부르고 시를 짓고 그보다 더 아득한 마음일 때는 차라리 침묵한다. 어떤 날은 한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린다. 한 사람의 감정이 넘칠 때 그 넘치는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건 '정확한' 언어가 아닌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했다. “예술의 본질은 시 짓기이다. 그렇다면 건축 예술과 회화 예술, 그리고 음악 예술은 시로 환원되어야 한다.” 시가 예술의 최고점이란 의미로 이 말을 해석하는 대신, 세상의 모든 예술이 언어로 환원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계기로 돌려보려 한다. 어떤 멜로디가 언어가 됐을 때, 어떤 색채가 언어가 됐을 때 그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하이데거의 말 대로 그건 시가 될 것 같다. 시는 모든 감정이 음악처럼, 그림처럼 언어에 담겨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처럼 말하는 것은 어떻게 말하는 것일까. 그건 설명보다는 비유로 말하는 일이다. 아무리 자세하고 직접적인 설명일지라도 깊은 사람의 감정을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비유를 쓴다. '비유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아니하고 다른 비슷한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일'이다. 비유법에는 '사과 같은 내 얼굴'처럼 직유법과 '당신의 눈은 호수' 같은 은유법 등이 속해있다. 직유법은 '같이' '처럼' '듯이' 등의 연결어를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수사법이지만 은유법은 연결어 없이 암시적으로 비유하는 수사법이다. 말을 할 때 비유법, 그중에서도 직유법보다는 은유법을 사용하면 세련된 표현을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는 은유란 ‘같지 않은 것’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라 말했다. 이를테면 ‘책상은 나무 테이블이다(a=a)’고 말하는 대신 ‘책상은 조리대다(a=b)’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같지 않은 것’을 ‘같은 것’으로 놓게 되면 본질을 꿰뚫는 생각을 담을 수 있다. "책상은 조리대입니다. 공부와 요리는 둘 다 정성을 다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죠. 또 아무리 교과서(레시피)를 보고 노력해도 응용력이 없으면 2% 부족하단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은유의 조건은 유사성과 비유사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책상과 조리대는 무언가를 하기 위한 작업대라는 유사성을 지니며 동시에 책상은 공부를, 조리대는 요리를 위한 가구라는 비유사성을 지닌다. 단, 표현하려는 사물과 인용하려는 사물을 너무 비슷한 사물로 결부시키면 효과가 감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누군가 내게 '당신의 미소는 부서지는 햇살입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진부한 일상의 한 방울 생기가 될 것 같다. 새삼 멋진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다. 이제부터 일상의 풍경들을 애정의 눈으로 관찰하고 은유하고 싶다. 폴 리쾨르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은유는 일상 언어에서 드러나는 것과 다른 현실의 장을 발견하고 열어 밝혀주는 데 기여한다.” 그의 말이 묘한 설렘을 일으킨다. 특히 '다른 현실의 장'이라는 부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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