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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21. 2015

비폭력 대화

판단을 멈추십시오




비폭력 대화
: 판단을 멈추십시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는 <비폭력 대화>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인간적인 대화법을 제시했다.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단순히 욕설과 비난 같은 폭력적 언어를 금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판단 중지’에 중점을 두는 대화방식이다. 마셜 로젠버그는 한 인간이 한 인간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기 스스로에 가하는 판단 또한 폭력이 된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구에게 “넌 무책임해!” 하고 화자의 판단이 가해진 발언을 하는 것은 폭력적인 대화다. 비폭력 대화는 판단을 가하지 않고 ‘사실’과 ‘느낌’만 말하는 것이다.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사실), 나는 화가 나(느낌).” 여기에 더해 자신이 원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너와 이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영화를 못 보게 되니 화가 난 거야.” 이렇게 말해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소통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상대를 도덕적으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다만 그 상황과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의 기본이다. 


비폭력 대화를 익히기 위해선 마치 언어를 배우듯 하나씩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의 설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비폭력 대화의 기본적 절차는 ‘관찰-느낌-필요-부탁’으로 이뤄진다. 판단을 배제한 상태로 상대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그것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마음에 일어난 느낌을 확인한다. 그런 후 내게 이런 느낌이 일어난 배경, 즉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과 욕구가 무엇인지 확인한 후 상대방에게 나의 필요를 부탁하는 것이다. “네가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 늦어서(관찰) 나는 화가 났어(느낌). 나는 너랑 이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을 해보고 싶었거든(필요). 다음에는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네가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부탁).” 이렇게 비폭력 대화 공식에 맞게 말을 하면 상대방과 싸울 일은 없다.  


내면의 스승이라 불리는 마이클 A. 싱어는 그의 저서 <한 발짝 밖에 자유가 있다>를 통해 판단의 폭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판단은 자신에게 먼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나를 통과하여 지나갈 뿐인데 내가 공연히 그것을 붙잡아서 ‘좋다, 나쁘다’로 판단한다.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결국 이 스트레스는 스스로 만든 것이다. 


판단을 버리면 자유가 펼쳐진다. 한번은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바퀴벌레는 그냥 바퀴벌레일 뿐이잖니. 그냥 잡으면 그만인 것을 괜히 ‘바퀴벌레가 싫다’고 생각을 하니까 바퀴벌레가 나타난 그 상황이 무척 괴로운 경험이 되더라고. 바퀴벌레는 싫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바퀴벌레일 뿐인데 말이지.” 아마 어머니는 ‘판단 중지’의 지혜를 바퀴벌레를 보며 깨달으신 것 같다.   

 

‘비폭력’이란 단어를 들으니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다. 비폭력 대화와 간디의 비폭력은 비록 단어 쓰임은 다를지 몰라도 기본 뿌리는 동일하다. 간디가 힘썼던 비폭력은 무조건 참는 수동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인간에게는 폭력보다 더 강한 힘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이며, 극도의 고난 속에서도 인간은 사랑을 유지해야 한다고 간디는 주장했다. 이처럼 그가 말하는 비폭력은 사랑을 위해 고난을 버텨내는 강인하고 적극적인 행위로 해석된다. 나약하거나 소극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중단하는 비폭력 대화 역시 수동적인 행위라기 보단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다. 판단을 버린 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끌어안는 것만큼 적극적인 휴머니즘이 또 있을까? 


비폭력 대화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특히 중요하다. “옆집 철수는 전교 1등 했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 이런 말을 하는 부모라면 비폭력 대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하는 언어폭력을 멈춰야 한다. 


인도의 철학자이자 명상가인 크리슈나무르티의 <희망탐색>이란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체의 사고, 생각이 갖는 모든 심상, 말, 지각 등을 멈추십시오. 비교, 측정, 경험의 축적도 멈추십시오. 그리하여 낡은 관성과 낡은 나를 멈추십시오. 그 멈춤 속에서 사랑의 폭발이 일어납니다. 슬픔, 불안, 고통이 끝이 나고 나의 희망이, 인류의 희망이 시작됩니다.” 이제 모든 폭력을 멈출 시간이다. 판단이 멈추는 순간 희망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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