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이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Sep 26. 2015

내 말은 정말 긍정적일까?




내 말은 정말 긍정적일까?
: 긍정적 초점 선택하기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를 자랑하는 MC가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드릴까요? 출연한 게스트가 말을 하잖아요? 말끝마다 면박을 주면 돼요. 그럼 떠요. 반대로 예능에서 퇴출당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게요? 게스트가 하는 말끝마다 칭찬을 해주면 돼요.” 우스갯소리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틀린 게 하나 없는 말이다. 게스트가 말할 때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하셨어요?”라고 받아치면 채널이 돌아가지만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좀 그만해요.” 하고 나무라면 다시 채널이 돌아온단다. 자극적인 말, 누군가를 헐뜯는 말이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친구들과 카페에 모여 앉아 3시간 동안 수다를 떤다면, 칭찬으로 3시간 채우기는 힘들어도 누군가의 뒷담화로 3시간 채우기는 쉽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십거리를 나눌 때 미담으로 열을 올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누군가의 결점이나 부정적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는 부정적인 것에 끌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는 그런 것도 같다. 미국의 심리학자 쉐드 헴스테더는 인간은 하루에 약 5~6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데 그중 75%는 부정적인 생각이고, 25%는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의식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부정적인 쪽으로 자연스레 생각이 흐른다는 말이다. 하긴, 나 역시도 멍하게 있다 보면 과거에 있었던 부끄러웠던 기억을 생각하거나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부정에 끌리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이라면, 긍정적인 생각은 노력의 산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잘 나가는 예능 MC가 되는 게 꿈이라면 몰라도, 우리는 타인과 대화할 때 긍정적인 시각으로 말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을 한다는 건 상대의 정신에 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시각을 선택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에게 좋지 않은 기운을 줄 수 있다. 


어느 날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긍정적입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부정적이라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연단에 서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도 부정적인 초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일지라도 내가 하는 말 역시 긍정적인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은 주제로 ‘호감형 인간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은 긍정적이라고 하지만 늘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한 남성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 호감형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지하철 타면 앞사람 다리에 자꾸 발이 닿는데도 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 남의 물건 빌려가서 더럽혀서 돌려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 질색이죠. 전에 저희 과에 무조건 자기가 대우받아야 하고 남한테 양보하지 않는 동기가 있었는데 같이 지내기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참 비호감인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 ‘비호감’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호감형 인간에 대해서 물었는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사람도 ‘배려심’을 호감형 인간의 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말의 방식은 앞 사람과 한참 달랐다. “저 역시도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 호감형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좀 희생하더라도 남에게 더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한 선배가 있었는데요. 그 선배는 함께 연수를 가거나 야유회를 가면 버스에서든 숙소에서든 늘 후배들에게 편한 자리를 먼저 내주고 자신은 불편한 자리에 앉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저도 욕심이 나고 이기심이 생길 때가 많은데요. 그때마다 그 선배를 생각하면서 좀 더 배려있게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자기 자신을 더 아끼는 것이라면, 이런 이기적인 본성을 누르고 남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주는 배려야말로 호감형 인간의 덕목이 아닐까요?” 


같은 주제로, 같은 내용을 이야기해도 부정(비호감)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긍정(호감)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순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두 번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첫 번째 사람의 말에서는 왠지 짜증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그 순간만큼은 ‘공인의식’을 지니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각의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말이 진정 긍정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말인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타인을 위해서나 필요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 안의 재료로 승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