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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05. 2015

말하는 대로

Keep on the sunny side



'실패'를 '데이터'라는 단어로 바꿈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실험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단한 아이디어다.  

 

                                                                                               - 티나 실리그



절망과 고통을 지나며 홀로 베개에 눈물을 적셔본 자만이 별빛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인생에 왜 이렇게 고통이 많나'라고 생각하기보다 '고통 많은 내 인생에도 이런 기쁨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누구의 인생이든 달라집니다.   


                                                                                               - 정호승 시인








#19. 말하는 대로
: Keep on the sunny side




말하는 대로 된다고 믿는다면. 내 인생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말하는 대로 된다고 정말로 믿는다면. 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하게 될까. 내가 선택한 단어는 나를 어떤 운명으로 데려갈까.


'하나의 일은 두 개의 해석을 갖는다.' 

뼛속까지 믿어 의심치 않고자 하는 한 가지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좋기만 한 일도,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함께 갖는다는 것을 나는 믿고 싶다. 두 개의 해석 중에 좋은 해석을 선택하는 것이 내 삶을 사랑하는 나의 방식이다.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아침에 출근을 하다 돌부리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이 일에 어울리는 단어는 누가 봐도 '불행'이다. 남자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출근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딸아이가 있었고 남자는 딸아이와 평일 오전의 여유로움을 처음으로 만끽했다. 누가 봐도 '행복'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일이다. 불행과 행복. 이렇듯 하나의 일은 언제나 두 가지 반대되는 해석, 반대되는 단어를 갖는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그러니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친 걸 '행복'이라고 말하는, 언뜻 보면 정신 나간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부정적 사건이라도 반드시 그 일로 파생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것. 부정이 아니라 동전을 뒤집듯 긍정을 선택하는 것. '선택'이야말로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 앞에서 매 순간 내게 주어지는 '기회'다.   


어느 날 사전에서 Challenge란 단어를 보다가 소름이 돋았다. Challenge의 뜻으로 '(사람의 능력이나 기술을 시험하는) 도전[시험대]'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전 뒤 괄호 안에 들어 있는 '시험대'라는 말이 나를 소름 돋게 한 것이다. 내  지난날의 힘들었던 모든 시간들을 나는 '도전'이라고 불러왔던가, '시험'이라 불러왔던가. 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살아왔던 걸까. 모든 행복과 불행의 선택권은 이미 내 손 안에 있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내 지난 인생을 '행복'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시험이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고난'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모든  미래뿐 아니라 모든 과거 또한 말하는 대로 된다. 말하는 대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내게 이런 시험은 언제쯤 그만될까'라고 말하지 않고 '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이런  끊임없는 도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을까. 에세이를 읽다가 위로받은 적은 많았지만 사전을 보다가 가슴 뭉클해진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스피치 학원에 오는 사람들도 두 부류로 나뉜다. 스피치라는 심각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사람과 스피치라는 즐거운 도전에 뛰어들기 위해 오는 사람. 두 부류의 사람들은 똑같이 자신이 스피치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전자는 스피치 울렁증을 없애야 하는 '병'으로 표현했고, 후자는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도전거리'로 표현했다. 어떤 생각을 선택하는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이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첫 번째 부류는 스피치를 당장 때려 치울 짐으로 여겨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학원이나 동호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부류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도 취미 삼아 계속 동호회에 나오며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갔다. 이들은 스피치를 훈련할수록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재미를 느끼고 즐겼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킨 스쿠버나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일처럼 당연히 신나는 '도전'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시험'이 될 수도 있겠구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속에는 컨트리 밴드가 'Keep on the sunny side'라는 곡을 태양이 비추는 길 위에서 경쾌하게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인생을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언제나 그것들의 밝은 면을 바라보라는 노래 가사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나에게 닥쳐오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도 언제나 밝은 면, sunny side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 sunny side를 찾을 수 있는 강한 내가 되길 소망한다. 잊지 않아야 할 사실은, 선택은 언제나 나의 몫이고 말하는 대로 된다는 것, 그것이다.


오늘 하루 내가 겪은 challenge는 가슴 뛰는 도전이었을까, 참기 힘든 시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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