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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01. 2015

나만의 시각 갖기

관찰과 상상의 힘




#11. 나만의 시각 갖기
: 관찰과 상상의 힘




말을 한다는 건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다. 단어, 시각, 말투, 타이밍, 표정, 리듬. 나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무수한 선택의 기로들을 거친다. 이런 선택들 중에서 가장 신중하고 싶은 한 가지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시각의 선택'을 고르겠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일은 언제나 나의 바람이었다.


나만의 시각을 갖는다는 건 멋진 일이다. 좋은 스피치란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남과 같은 게 싫다는 이유로 무조건 다르고자 하는 건 허세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믿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다름은 개성이다. 남과 다른 나만의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그러므로 나만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 또한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갖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보이는 것 이상을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천년의 수도 경주에 가면 신라시대의 많은 유적지가 남아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단지 '유적'을 볼 수도 있지만, 천년이라는 '시간'을 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시각에 달렸다. 분황사 모전석탑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남아 있는 신라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석탑이구나",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석탑이구나"하고 남들과 똑같은 시각으로 '유적'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눈으로 석탑을 관찰하고 천년의 신라를 상상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고 '사람'을 보게 되면 눈에 보이는 유물 그 너머의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번 가을에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유적지는 분황사였는데요. 분황사에서 모전석탑을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지금은 3층만 남은 이 석탑은 원래는 7층이나 9층이었다는데요. 웅장했을 원래의 온전한 모습을 상상해보니 신라인들의 활력과 호방함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석탑 하단의 돌문으로 된 감실 안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고 감실 양쪽으로 불법佛法을 지키는 인왕상仁王像이 유쾌하면서도 엄한 모습으로 돋을새김 되어있습니. 이것을 바라보니 불교의 나라 신라를 가득 채웠던 경건하고도 낭만적인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당시 그들이 꿈꿨던 세상은 조선시대나 지금의 시대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석탑 위로 흐르는 하얀 구름과 석탑 위에 앉아 쉬는 나비의 모습을 보고는 세월의 무상함이 밀려와서 가을처럼 쓸쓸한 기분이 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탑을 세웠다는 선덕여왕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나도 내게 주어진 이 자그마한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 꿈꾸고 최선을 다해  꽃피워야겠다. 그렇게 살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찾은 경주와 지금 바라보는 경주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세월만큼 나의 시각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이렇듯 세상을 새롭게 본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세상을 나만의 새로운 언어들로 표현해낸다 의미이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 보이는 것 이상을 보는 상상력.  두가지 남과 다른 나만의 시각을 주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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