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민혁 May 24. 2016

조영남 대작 사건에 대하여

https://www.facebook.com/lmh518/posts/710654275743889


                                                                                                                                            

위에 퍼오는 글은 이번 조영남 사기사건의 핵심을 잘 짚었다.


실제 내가 목격한 게 내가 지잡대 디자인과를 나온 출신인데, 지잡대 디자인과 교수가 학생이나 조교에게 작품 같은 걸 다 시키는 사례를 보았다. 이렇게 남에게 다 시키는 기형적 행태가 아마 한국 국한해서 순수 미술계에도 널리 퍼졌으리라 추측한다. 그래서 오히려 한국 미술계를 아는 진중권 씨께서 진중권 답지 않게 덜 날카롭게 물어버린 모호한 반응이 나왔으리라 본다.


좌우간 조영남 작품이 대작 사기인 이유는, 나의 경우 이렇게 정리한다. 미켈란젤로의 경우는 진짜 조수에게 조수 역할만 시키고 자신이 꽤 많이 직접 그려 비교대상에 적합치 못하다. 비슷한 시기 라파엘로가 적합한 비유다.


라파엘로의 경우 공방의 시스템을 굉장히 효율화했다. 비교하긴 괴이하지만 김성모 작가처럼 대본소 납품하는 만화가 스튜디오 수준이랄지. 그러나 교황청은 최소 그 믿음이 있어 라파엘로에게 성화를 발주했다. 바로 공방장(?) 역할인 라파엘로가 디렉션을 하고 프로세스 점검을 할 것이란 점.


그리고 우리나라 천안시 아라리오 갤러리에 있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도 그렇다. 소장하는 작품은 본디 생산품으로 제조되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이 3m가 넘는 거대한 설치미술인데, 이것을 데미안 허스트가 나사 하나하나 쪼여서 만든다고 작품을 매입한 아라리오 갤러리나 관람객인 나는 상상치 않는다. 애당초 사전 지식을 찾아 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처럼 공산품처럼 생산식 작품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고, 단 이 발상과 디렉션은 데미안 허스트에게 나온 것임을 알고 있다.


헌데 조영남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


아침방송 같은데 나와 자기가 직접 그린다는 식의 이야기를 스스로 해왔다. 결정적으로 스탠실이나 판화 형태도 아닌 유화다. 그리고 또 크기도 직접 그려야 할 수준의 작은 크기다. 액자로 치면 40호나 50호도 안 되는 작은 작품들. 이 정도는 해외 사례를 보아도 직접 그린다고 짐작할 상황이다.


판화나 실크스크린도 아닌 유화에다가 심지어 대형도 아닌데다 미디어에 나와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에 빠졌다'고 말하는 태도를 보고, 난 그 그림들이 대작이라 상상도 못했다.


앤디 워홀의 예를 들자면 그의 스탠실 작품이나 실크스크린 판화 작품은 당연히 앤디 워홀이 밑그림을 그리고 생산공에게 외주를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허나 그의 작품 중 작은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나 수채화의 경우 아무도 외주라 생각지 않는다. 실제 앤디 워홀의 작품 중 세세한 터치가 필요한 수채화나 유화는 직접 그린 것이다.


오늘 한국 미술 평론가들부터 진중권 씨마저도 날카롭게 물어뜯는 비판은 못하고, 되려 현대미술을 모르는 일반인 운운하고 앉아있다. 오히려 한국 미술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니 '한국만의 관행'에 매몰되어 엉뚱한 인사이트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 엉뚱한 인사이트 만큼이나 한국 미술계가 우물 속에 개골개골대며 엉뚱하게 돌아간다는 반증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더 날카롭고 다양한 비유를 들고 싶은데 내 깜냥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글이 위에 퍼오는 글이다.


매우 정확하게 꼬집었으니, 조영남 대작 사건을 바라보는 지금의 한국 미술평론가 행태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진중권씨 반응에 헛갈리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이번 대작 사건은 사기다.


백남준씨가 명언으로 남긴 '예술은 사기다'란 선문답 같은 도인 느낌 나는 의미를 담은 게 아니라, 그냥 플랫 하게 '형사법적 사기'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난 3달 간, 신나게 세금을 내다 깨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