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민혁 May 16. 2016

16년 1월 27일 자
'복학왕' 웹툰을 보고

오늘 연재된 기안 84의 복학왕 내용 보고 감회에 젖었다.


16년 1월 27일 자 복학왕 링크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26907&no=80




기안84의 스토리텔링은 세계 최고라 본다. 그가 정식 데뷔 전 그렸던 '나이트'란 단편에서 그걸 느꼈다.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해본 남자면 백퍼 공감할 작화와 스토리.


기안84 작가의 문제는 선천적 게으름인데 그의 게으름을 제외한다면, 미묘히 아기자기한데 사실 그대로를 투영한 작화와 현실을 그대로 만화 속에 재현하는 스토리는 정말 세계최고 경지 같다.




내용 보다가 뿜은 게 노동강도에 놀라 도망친 캐릭터 묘사다. 나도 과거 어려운 육체노동을 한 일화를 가끔 SNS에 푸는데, 나도 택배에 종사한 적이 있다. 근데 퀵서비스나 타이어휠가게 일한 일화와 달리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2일 만에 도망쳤기 때문.


진짜 만화 속 캐릭터 푸념을 나도 했다. 물건 하나하나 나를 때  가슴속에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욕설이 나오고, 물건 'ㅈ 같은 거' 주문한 것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울러 작 중 "이러다 돈 버는 것보다 파스 값이 더 들겠다"란 대사에서도 큰 공감했다. 내가 택배 업무에서 2일 만에 도망친 것이 저 논리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내가 택배를 도망쳐 나오던 시절, 지금 같이 회사 다니는 이진영 대표는 모 웹에이전시에서  디자인하던 시절이다. 네이트온으로 잡담 나누다 택배 도망친 근황과 '택배가 노가다보다 빡세다'는 이야기를 하니 분개했다.


그는 20살 넘어선 오직 디자인만 했지만, 고교생 때 노가다를 한 특이 커리어가 있다. 그래서 '노가다 우주제일 빡셈론'을 가진 성향인데, 나는 택배 2일 만에 그 이론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게 말도  안 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은근 노가다가 육체노동 중 최악이 아니고 가장 피로감이 쌓이는 게 아니다.


그 이상의 노동이 있다. 이 범주에 속한 노동이 택배 관련이란 주장을 하는 게 나다.


여하튼 기묘하게 나는 태어나서 공사현장 노가다는 0번 한 이력이다. 그래서 당시 이진영 대표와 노가다 이상이냐 이하냐를 두고 격론 했는데, 이번 주 복학왕 내용이 내 주장의 근거를 뒷밭힘 한다.


진짜 택배 노동강도는 죽음이며, 도망만이 살 길이다.




이런 사람들끼리 보여 창업을 해서인지 우리 회사는 디자인 회사나 에이전시치고 희한하게 회사가 밥을 주는 복지가 있다.


이게 창업한 사람들이  육체노동 종사의 경험이 바탕된 거 아닌가 싶다. 저런  육체노동하는 곳이 밥을 주는 게  당연시되니 말이다. 노가다 함바집이 대표적 사례. 여하튼 우리 회사는 밥을 준다.




간혹 디자인 대행업 해서 어떻게 밥을 다 주냐 하는 사람도 있고, 우습게도(?) 모 메이저 에이전시 다니는 월급쟁이도 무리 아니냐란 식의 조소를 받은 적 있다.


그건 단정 짓는 게 회사 경영을 0번 했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기업명의로 이루어지는 소비는 모두 세금 혜택의 대상이다. 그래서 한국 중소기업에 자리 잡은 고가 외제 수입차 몰기 문화가 생긴 것이다. 임원이 타는 수입차 리스비에서 주유비, 정비비 다 세금 혜택을 받으니.


참고로 작년 국회에서 이런 게 낭비고 탈세 아니냐 해서 한국을 제외한 지구상 모든 국가처럼 어떤 제한을 두는 법을 두려고 했는데, 수입차 딜러사들에 로비라도 받았는지 결국 무산되다 시피했다. 뭐 바뀌긴 바뀌었는데 여전히 노동자 임금 체불하는 사장도 수입차는 끌 수 있도록 강한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는 말장난식으로 끝났다.


이렇기에 수입차 딜러사 물 밑 로비를 의심하는 이유가 그렇다. 세금 혜택의 제재를 가하면 수입차는 '진짜' 부유한  사람밖에 못 타는 80-90년대 한국 상황으로 갈 것이고, 지금과 같은 수입차 소비가 불가능해지면 1순위 타격을 받는 압계가 수입차 딜러업계다.


본론으로 돌아와 우리 회사가 밥을 줄 수 있는 것도 세제상 경비처리와 부가세 매입공제 등 덕분이다. 이 절세 혜택이 있으니 밥을 주는 복지가 가능하다.


물론 내가 BMW나 벤츠를 몰면 세제혜택이 거기에 몰려야 하니, 그간의 한국 디자인 회사나 에이전시들처럼 밥 주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직원에게 밥을 다 제공하면서 임원이 수입차 타는 것 모두 경비 처리하면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수입차에 대한 잡썰인데, 수입차 안 타면 클라이언트에게 무시당한다거나 아니면 내 스스로의 보상감을 못 받느냐 할 수 있다. 이에 답을 하자면...


내 일생에 전직장부터 하여 천운인지 몰라도 차종으로 겪는 무시를 고객에게 당한 적이 0번다. 전직장은 소위 메이저 웹에이전시라서 그냥 고객이 삼성이니 엘지니 전 국민이 다 아는 회사다.


그런 대기업 업무차 가면 아는데 대부분 지하주차장이다. 행여 모 대기업은 옥외주차장이던데 결국 담당 현업은 20몇 층에 있는 식이기에 내가 몰고 온 차를 보여줄래도 보여줄 수가 없다. 상대방이 타고 온 차를 확인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지금 창업한 후 메이저 에이전시와 다른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니 스타트업 발주 일도 있고 중소기업 발주 일도 있는데, 그래도 모든 클라이언트 분들이 지하주차장이 있는 빌딩에 입주해 계신다.


난 저런 조언 들을 때 역으로 묻고픈 게, 자신이 수입차를 사서 극복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수준을 높여 현재 상황을 탈출해야 하는 게 아닌지?


미팅 때 상대방이 타고 온 차를 아는 상황은 이것 뿐이다. 이상한  3-4층짜리 빌딩에 입주해서 고객이 창문 밖을 보고 상대방 차를 눈으로 확인 가능한 상황.


자신이 수입차를 사서 극복하는 게 아닌, 지하주차장 있는 빌딩 입주 혹은 사옥으로 쓰는 정도의 클라이언트와 일할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노력한 창업자의 보상이란 부분은 나의 경우 괜찮다. 이유는 부모님 도움으로 20대 때 비록 일본 차지만 수입차는 타보고 클럽도 가고 이성도 만나고 했다.


뭐 내가 은퇴 전까지 수입차를 0번 탈 것 같진 않는다는 내 스스로의 자신감이 있어 "이번 매출 기회에 무조건 살꺼양-!!!"하는 마인드는 레알 없다.


 "20대 때도 타본 수입차, 내 은퇴 전에 다시 언젠가 타겠지 뭐" 하는 마인드라 이에 강박적이진 않다.


근데 이건 곳간에서 인심 나는 경우구나. 나도 국산차만 탔다면 상황이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밝힌다.




그나저나 우리 회사의 고된 노동강도는 복학왕 내용의 커리어 때문 같기도 하다. 창업 멤버 모두 사무실 밖의 삶을 알기 때문이다.


뜬금포 고백인데 나는 20대 때 자살시도도 하던 성향이었으나, 요즘은 완전 바뀌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에 매달리는 성향으로 바뀜. 이진영 대표는 원래 자살할 성향이 전혀 없는 스타일.


이런 상황에 육체노동 경험이 있어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지리고 무서운지 알기에 무의식적으로 과도한 노동을 하는 것 같다.


보통 사업이 심하게 망하면  자살뿐인데 모두 자살할 양반은 아니니, 사실상 사무실 밖에서 노동해야 할 것이다. 그게 에고 속 이드에 자리 잡혀서인지 사무실에서 고된 노동을 잘 감내(?)하는 것 같다고 본다.




작년부터 느낀 건데 내 인생 중 창업 후인 요즘 시기가 최고 행복하다. 이 행복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며 주의하는 게 내 인생의 관건 같다.


기안84의 복학왕은 레알 성경만큼 가르침을 주는 만화다. 타인과 싸우다 화낼 때 사용하는 "너 인생 똑바로 살아!"란 표현이 있다. 기안84 만화는 인생을 똑바로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교훈적 만화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시작의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