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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당 Sep 07. 2023

2050

2050년 미래 보고서

     

     

 


 2050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남자 주인공 헨리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사랑을 찾아가듯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며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때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처럼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거나, 지구의 대체에너지를 찾아 파라도 행성을 탐험하는 ‘아바타’와 같은 희한한 일이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학술 세미나가 임박해 있다. 발표 자료 마무리와 참석자의 면모를 미리 봐두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컴퓨터 본체와 연결된 뇌 진동 공명 장치(LIFE & READER SYSTEM)는 마음을 읽어내듯, 내가 말을 하거나 구상한 느낌을 고스란히 컴퓨터 화면에 옮겨 정리한다. 자동 검색 기능을 활용해 오류를 찾아내고, 발표 주제와 연관된 각국의 프레스키트(PRESS KIT)까지 올려줄 정도로 작업이 만족스럽다.

 일을 끝내고 강변으로 나왔다. 바람이 시원하고 물소리도 청량하다. 발걸음이 가볍다. 한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호흡도 일정치 않다. 얼른 ‘리미트폰’을 꺼내 건강관리 모드로 전환하고 심장 박동 상태를 검사했다. 계기판의 눈금이 심하게 움직인다. 무리한 활동을 경계하라는 신호다. 라디오파를 이용한 검색장치는 심장이 뛰는 미세한 변화까지 읽어낸다. 주치의인 닥터 J마저 될 수 있으면 바깥출입을 삼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현대 의술이 진일보해 설령 몸에 병이 들어도 두렵지 않다. 닥터들은 연일 바이오 프린터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고 인공장기를 프린트처럼 찍어낸다. 맞춤식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 응급환자들은 복잡한 절차나 과정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인공 장기를 정부가 공인한 병원에서 값싸게 이식받는다. 리미트폰으로 두뇌파를 스캔하고 혈당, 혈압, 장기 상태 등 각종 정보를 건강 인증센터로 전송하면 건강 센터에서는 생명 인증코드를 조회하여 그 사람의 건강 이상 유무와 머무는 장소까지 알려준다.  


 다음 날 일정이 궁금해 HLAP(가정생활 도우미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니 오전 10시에 화상 회의가 잡혀 있다. 오후에는 독도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다행히 건강 수치는 정상 구간에 와 있다. 먼 길을 다녀와도 된다는 신호다. 거실 벽에 걸린 날씨 정보 단추를 누르니 날씨에 맞는 차림까지 알려준다. 여느 때보다도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설 수 있어 좋다.


 태양열로 움직이는 차량으로 교체했더니 안정감이 있고 속도감도 좋다. 물을 연료로 하는 차량은 공해가 심한 곳에선 잔고장이 있다 하고, 대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라 큰마음먹고 장만했다. 꾀돌이(언제나 내 곁에서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는 박람회장으로 가는 내내 차량을 조심조심 운전해 간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교통 제어 위성과 교신하면서 편안하게 길을 안내한다. 운전을 하면서도 BMP(업무관리프로그램)을 열어 거쳐 가는 지역의 날씨 정보와 공장 시설은 물론 그날 발생한 사건사고까지 알려준다. 그 지역의 산업 현황을 뽑아내고 테마파크와 박람회 콘텐츠 자료를 챙긴다.


 꾀돌이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며칠 머물 거면 주변의 숙박 장소와 음식점을 알아봐 주느냐고 물어온다. 틈틈이 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기분을 살피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때에 맞춰 밥 한 공기 분량의 열량과 거의 맘먹는 300kcal짜리 캡슐을 건네는가 하면, 내가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잔잔한 협주곡을 들려주고 ‘시간 여행자의 하루’ 단편 영화를 틀어준다.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벌써 목적지다. 막 차에서 내려 학술 세미나가 열리는 박람회장으로 가는데 꾀돌이가 내게 신신당부를 한다. 오늘같이 습도가 높고 끄무레한 날에는 사람들의 기분 상태가 민감하고 화를 잘 내니 될 수 있으면 목소리를 밝게 하란다. 강한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 그때그때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잊지 말란다.


 학술 세미나를 마치고 저녁 만찬장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넘쳐난다. 외국인들은 물맛이 좋다며 어디서 생산한 거냐고 묻는다. 물을 서로 사 가겠다고 야단이다. 하긴, 물 맑은 독도 저 깊은 바다 밑에서 심층수를 건져 올렸으니 물맛이 좋지 않을 리 없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게르마늄 성분까지 함유되어 있어 비싸게 팔려나간다.


 먼 길을 다녀와 피곤했지만 며칠 뒤에 있을 ‘나의 별’을 찾아 떠나는 우주여행이 기다리고 있어 마음 설렌다. 일명 ‘2050 스페이스 캠프 프로그램(2050 Space Camp Program)’. 타임머신의 상상을 벗어나 실제로 우주 공간으로 잠입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들뜬다. 그날을 위해, 혹여 건강검진 및 무중력 적응 테스트 통과를 위해 달리기를 하고 근육운동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 또한 무중력 상태의 밀폐된 항법 장치 안에서 몸을 움직여도 보고 우주 공간 적응을 위한 수중호흡법도 익히는 중이다. 그 과정이 힘들지만 내 별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고된 훈련을 이겨낸다. 그 별의 존재를 위해 우주복을 입는다.


 증손녀가 해저(海底)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K 박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내일 골프 라운딩이 있는데 필드에 같이 갈 수 있느냐고. 그 친구는 나보다 네댓 살이 많아 내일 모레면 100세를 바라본다. 그런데도 기운이 펄펄 넘친다. 뭘 먹어 그렇게 건강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그냥 웃는 게 보약이라는 대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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