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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당 Sep 12. 2023

전기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없다는 듯

너도 나도 불조심

      

 

 부표시기에서 화재경보음이 울린다. 지하주차장 쪽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입주민이 인터폰으로 116동 승강기에서 소리가 나 시끄러우며, 평시 닫혀 있어야 하는 공동현관문은 열린 채 있고, 세대 호출 번호를 눌러도 경비실을 통해 열어달라는 메시지만 뜬다고 했다.

 하루 전에도 지하주차장 쪽에서 화재 여부를 감지하는 부표시가 울려 즉시 현장 출동했으나 화재경보기도 정상이고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사다리를 챙긴 채 지하주차장 천장 쪽에서 뭔가를 찾는 듯했다. 화재경보음 울린 곳 주변으로 세 명이 흩어져  움직였다. 천장에 달린 열 감지기 결함으로 오작동 난 것인데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열감지기에 결함이 있으면 감지기에 빨강불이 들어온다. 아닌 게 아니라 천장에는 촘촘히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열감지가 설치되어 있다. 오류나 결함이 있는 것이 어디에 붙어 있을까 한참을 뒤져도  꼭꼭 숨겨 놓은 보물을 찾을 때처럼 어느 지점에서 탈이 났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관리사무소 직원이 해당 부품을 교체하고 나서야 비상출동은 종료된다.


 

 이렇듯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 비상이다. 지상 층이던 지하든 현장으로 내달려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실제 화재가 나면 매뉴얼대로 응급조치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입주민과 재산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를 해야 하고 화재진압을 위해 119에 화재 발생을 알려야 하며 필요에 따라 주민 대피 등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다행이면 다행이다. 화재 경보음 대부분은 오작동이다. 오랜 사용으로 부품 결함이 있거나, 열감지기나 연기감지기가 기온 변화에 따따 습이 차고 결로 현상에 의해 경보음이 울린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평시 닫혀 있어야 할 각 동 공동현관문이 열린 채 있고, 승강기에서 소리가 난다고 했다. 차량 출입 차단기까지 제 기능을 못한다.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 바는 작동을 멈추고 하늘로 치솟은 채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다 시스템의 이상을 알리는 듯 주변이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까지 낸다.


총체적 난국이다. 아파트 전체를 관할하는 시스템 오류로 입출입시스템 전체가 결함을 안은 채 제 기능을 못한다. 첨단 시대에 살다가 갑작스레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1970년 대 시절로 세월을 돌려놓은 듯하다.

 전기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춘다고나 할까. 일상생활이든 공장 설비든 전기가 있어야 돌아간다. 전기는 곧 생명이다. 가정은 물론 공장과 사업장 기계 장치나 설비가 전기로 움직이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산업 사회 전반이 전기가 주된 동력원이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입출입시스템 마비로 불편을 겪으니 수시로 인터폰을 눌러댄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냐, 아직도 고치지 않았느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이 현장에 나가 조치를 하고 있는데도 그 새를 못 참는지 난리법석을 떤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전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로 아파트 전체가 정전사고가 있을 수 있다. 장마나 태풍에 따른 물 잠김이나 전기 단락으로 냉장고의 음식물까지 부패상한다. 그런 일을 겪기라도 한 듯 입주민들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전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는 듯 입주민들의 불편함은 곧바로 경비원에게 전달된다. 인위적 고장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입주민들의 생활 불편까지 경비원들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오후의 시간이 흘러간다.

 실제로 화재가 날 뻔한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조리를 하다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난 채 딴 일을 하다가 냄비를 태울 정도로 불을 방치해 대원들이 현장에서 조치를 한 적도 있다. 그런 집이 여러 집이다. 특히 노인 분들이 사는 집에서는 주위를 더 기울여야 한다. 스토브에 음식물을 올려놓고 괜찮겠지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간다던지, 전화를 받느라고 한눈팔다 보면 모든 재산과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소방청에서 화재 요인을 분석한 결과도 개인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절반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전체 화재 중 46.4%가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고, 전기적 요인 24.6%, 기계적 요인 9.9%, 원인 미상 9.5% 순으로 조사되었다. 여름과 가을보다는 봄이나 겨울철에 화재 사고가 빈번하고, 가정 내 화재 원인으로는 어린이 불장난,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문어발식 전기 콘센트 사용, 난방기 과대 사용을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가 유년을 보낸 시골동네에는 1972년에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마저 귀해 등잔불로 불을 밝히던 각 가정에 전기가 들어오니 밤에도 대낮 같이 환했다. 그렇다고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갖춘 집은 많지 않았다.

 우리 동네는 30여 호가 조금 넘게 모여 살았는데 TV가 있는 집은 두세 집 정도였다. 어른들은 태연실과 장욱제 주연, 기구한 운명 속에 태어난 '분이의 일대기'를 그린 1950년 시대적 배경을 그린 드라마 <여로>를 보느라 일명 부잣집에 저녁이면 저녁마다 마실을 갖다.  아이들은 어린이 프로가 방영되는 시간에 맞춰 또래가 있는 집 가곤 했다.

 특히 박치기로 유명한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는 날엔 이웃 동네까지 원정 가 시청하고 돌아올 정도로 전기 인입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렇듯 전기는 가정생활을 물론 산업현장에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구석기에서 신석기, 신석기에서 청동기, 철기시대를 거쳐 인간 삶에 변화를 준 것이 불의 발견이라면 산업 사회를 거쳐 현대사회에서 전기의 사용은 또 다른 혁명을 일으켰다. 불의 발견 못지않게 전기의 발견으로 현대인들은 편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전기는 하루가 다르게 인간 세상의 변화를 몰고 다.

 오늘날엔 전기가 없으면 모든 게 멈춘다고나 할까. 아예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할 수 없다고 본다. 아무 이유 없이 캄캄한 동굴로 들어갔을 때의 불안감이나 막막함을 고스란히 겪는 것과 같은 고충을 현대인들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각 가정에서도 냉난방은 물론, 밥 한 끼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불편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철이 산업의 쌀이라면 전기는 산업의 공기와 같다. 공기가 없으면 지구상의 동식물은 생존이 불가능하듯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전기의 발견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지 약 1세기 후인 1785년 프랑스의 쿨롱은 두 개의 전하, 즉 (+) 전기와 (-) 전기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을 측정했고, 1729년 그레이(영국)는 전기가 선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1820년 덴마크의 외르스테드는 볼타 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잇는 철사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나침반의 바늘이 전류의 방향대로 움직이는 실험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전기는 현대 생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원이다. 주의만 기울여 이용한다면 슬기로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고단함과 불편함에서 벗어나 한층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 역시 집에서나 현장에서나 전기의 고마움을 느끼며 일한다. 전기를 이용한 도구나 살림살이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물론, 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 지하주창에전기자동차 충천소가 마련되어 있다. 입주민 중에는 덩치가 작은 전기 자동차로 인근 상가에서 먹을거리와 간식거리를 배달하느라 쉴 새 없이 게이트를 들락거린다. 대리 운전기사들 전동 킥보드를 연결 매체로 입주민들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도시락을 매일 지참하기 번거롭고, 식은 밥 먹는 것도 지겨워 전기 압력 밥솥과 전기냄비를 초소에 가져다 놓았다. 지상 순찰을 돌 때에는 전기자전거를 탄다. 전기 배터리 수명이 길지 않아도 언덕을 오를 때에는 하다. 수고도 덜 겸 속도감이 있어 요긴하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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