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위에 포개진 철제 도시락 사진을 봤다.
그 얇은 금속의 반짝임 하나가, 겨울 교실을 통째로 데려왔다.
서울로 전학 오기 전 다니던 초등학교는 꽤 오래된 학교였다.(찾아보니 1955년도 설립된 학교였다. )
나는 아버지의 사업 관계로 5학년 때 그곳을 떠났다.
이제는 이름보다 냄새와 소리가 먼저 떠오르는 학교다.
화장실은 교실 밖 멀찍이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거긴 늘 1번지였다. 전설의 출발점.
칸막이보다 공포가 더 먼저 서 있던, 밑이 훤히 보이던 푸세식이었다.
그리고 2번지.
책 읽는 소녀상과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있는 자리.
낮엔 멀쩡한데, 해가 기울면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는 곳.
겨울이 오면 교실 분단 가운데 난로가 들어왔다.
주번은 양동이를 들고 소사 아저씨를 찾아갔다.
갈탄을 받아오면 잠깐은 화력이 미쳤다.
그런데 오래는 못 갔다.
볼이 달아올랐다가, 금세 콧물이 내려오는 그 리듬이 있었다.
친구들 옷소매 끝은 콧물을 닦느라 늘 반질 반질 했다.
불이 붙으면 도시락이 움직였다.
보온도시락이 아닌 철제 도시락을 가져온 친구들이 먼저 줄을 섰다.
선생님이 올려놓으라 하면 올려놓고,
주번은 때마다 순서를 바꿨다.
누구 밥이 먼저 타는지, 누구 반찬 냄새가 더 센지 은근히 신경 쓰이던 시간.
그 위에서 데워지던 밥 냄새를 맡고 있으면
점심은 유난히 더디게 왔다.
그래도 결국 왔다.
그게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풍경인데,
그때는 그 난로 하나가 교실의 계절을 책임졌다.
따뜻함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아이들 몸이 먼저 배웠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런 사진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가 않는다.
한 번은 적어두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