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궤도에서 만나는 가장 정교한 독, 자만
격투기 선수 김동현은 링 위에서 증명해 온 몸의 언어로 성공의 이면을 해부한다.
그가 후배 고석현과 김상욱에게 쏟아내는 잔소리는 듣기 좋은 격려가 아니다. 그것은 정점에 올라본 자가 느끼는 지독한 공포, 즉 ‘자만’이라는 독에 대한 경고등이다. 그는 말한다. 누구나 첫 마음일 때는 최선을 다한다고. 그때는 가진 게 없고 아는 게 없어서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엔진이 된 열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흔한 무기다.
진짜 승부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시작된다.
이름이 알려지고, 통장 잔고가 쌓이고, 주변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 인간의 마음에는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굳이 오늘 지옥 같은 훈련을 하지 않아도 당장 내일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 김동현은 이 지점을 ‘독이 자라는 시간’이라 부른다. 선택지가 많아질 때 인간은 가장 비겁해진다. 19km/h로 달리던 러닝머신 속도를 슬쩍 18km/h로 내리고는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라고 자기를 속이는 순간, 그 한 끝 차이가 챔피언과 평범한 선수를 가른다.
그에 따르면 실력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라 ‘워스트 컨디션’에서 정의된다. 몸이 천근만근이고 세상 모든 일이 나를 억까하는 날에도, 내가 정한 최소한의 훈련량을 채우느냐 마느냐가 그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지점이다. 기분에 휘둘려 루틴을 깨는 것은 노련함이 아니라 퇴화의 징조다. 김동현이 후배들에게 50미터를 더 뛰라고, 하이킥 한 번을 더 차라고 다그치는 이유는 그 사소한 '한 번'이 실전에서 승리를 구하는 유일한 방어선이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기 때문이다.
이 냉혹한 논리는 링 밖의 세상, 특히 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에게도 거울처럼 투영된다. 어느 조직이든 신입사원만큼 뜨거운 존재는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불이 꺼진 사무실을 밝히고, 선배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를 교본처럼 받아 적는다. 한눈팔 여유조차 없는 그들에게 성실함은 유일한 생존 방식이다. 하지만 업무가 익숙해지고 조직의 생리가 눈에 들어오는 3년 차, 5년 차가 되면 상황은 변한다.
사람에 익숙해지고 시스템에 안주하는 순간, 신입 시절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효율'이라는 이름의 나태함으로 바뀐다. 적당히 일해도 비난받지 않을 요령이 생기고,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숨을 곳을 찾기 시작한다.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정답이지만, 그 정답을 끝까지 움켜쥐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 즉 관성이라는 늪에 스스로 발을 담근다.
김동현이 후배들의 가슴에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방식은 낭만적인 위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나태함이 미래의 당신과 당신이 지켜야 할 가족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릴지 직시하라"는 서늘한 예언이다. 리더의 잔소리는 미움받을 용기를 낸 마지막 안전장치다. 신입 시절의 그 절박했던 '첫 마음'을, 성공의 단맛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유지할 수 있는가. 당신의 엔진은 여전히 절박함으로 타오르는가, 아니면 이미 관성이라는 녹슨 톱니바퀴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가.
오늘 선택한 '적당함'이 인생을 서서히 죽이는 가장 정교한 독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