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고 믿었던 보상과 관리의 한계를 깨닫는 시점
보상은 어느 정도 예측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인재가 남는 이유는 결국 '대화가 통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말은 위험하다. 시스템이 사람을 지켜줄 거라는 환상은 편의일 뿐이다. 힘들게 뽑은 인재라면 관리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 우리 부서 역시 유능한 직원을 수개월 만에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잡으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를 인격적으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만 봤다는 사실을.
언더백 기업에서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유능함의 역설이다.
일을 잘하니 일이 몰리고, 책임감 강한 인재는 내색 없이 타들어 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한다. 고잠재 인력의 80% 이상이 번아웃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재는 편해서 남는 게 아니다. 성장이 멈췄다고 느낄 때 미련 없이 짐을 싼다.
마케팅 전략가를 꿈꾸는 이에게 영업 지원 업무만 맡긴다면 그는 경쟁사 면접을 보러 갈 수밖에 없다. 보상 역시 절대적 액수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다. 무임승차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고성과자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여기에 독성 리더의 존재나 경영진과의 불통까지 더해지면 인재는 '조용한 퇴사'를 선택한다. 회의실에서 발언이 줄고 수동적으로 변했다면 이미 마음은 떠난 것이다.
결국 핵심은 효능감이다. 내 목소리가 반영되고, 리더가 내 고충을 듣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타운홀 미팅이든 카페에서의 번개든 상관없다. 경영자의 말솜씨보다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미리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가 때로는 시스템보다 강력하다. 우리 회사가 연봉 1~2억을 주는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건 직원들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연봉보다 '내 말이 통하는지'를 본다. 인재가 머무르는 곳은 완벽한 대기업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고 함께 성장하려고 몸부림치는 회사다. 이제 관리의 껍데기를 벗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