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짜 적은 누구인가
팀원이 나보다 일을 잘할 때 느끼는 묘한 불안감. 리더라는 자리에 앉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했을,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고백일 것이다.
내 자리를 위협받을까 봐 팀원의 유능함을 은근히 누르거나, 그들의 성과에 기뻐하기보다 내 실력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리더가 아니라, '직급 높은 실무자'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거다.
"군자부기기(君子不器)"
『논어(論語)』 위정 편에 나오는 이 말은 군자가 한 가지 용도에만 한정되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리더가 실무라는 작은 그릇에 갇혀 팀원과 경쟁하는 순간, 조직 전체의 그릇 크기는 그 리더의 한계에 고정된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팀원을 이겨봤자, 세상은 당신을 '안방 챔피언'으로 기억할 뿐이다.
이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야 한다. 당신이 진짜 싸워야 할 상대는 옆 책상의 팀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 회사의 파이를 뺏으려 머리를 맞대고 있는 타사의 팀장과 임원들이다. 밖은 총성 없는 전쟁터인데, 안에서 아군과 기싸움을 하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손자병법(孫子兵法)』 모공편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다시 읽어본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데, 여기서 '상대(彼)'는 마땅히 우리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이어야 한다.
내부의 아군을 분석하고 경계하는 것은 전략의 낭비이자 자해 행위다. 팀원은 당신의 경쟁자가 아니라, 당신의 전략을 현장에서 증명해 줄 가장 날카로운 무기여야 한다. 그들이 유능해질수록 리더인 당신이 다룰 수 있는 전장의 체급이 달라진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이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Management is doing things right; leadership is doing the right things)."라고 말했다.
팀원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돕는 것이 관리라면, 리더는 우리 조직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외부 경쟁자들과의 수 싸움에 모든 화력을 쏟아야 한다.
리더의 품격은 팀원보다 엑셀을 잘 다루는 유능함이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때 리스크를 짊어지는 결정의 무게에서 나온다.
팀원과 경쟁하는 리더는 조직과 함께 고립되지만, 외부의 경쟁자를 압도하는 리더는 팀원에게 성장의 공간을 열어주고 스스로 대체 불가능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