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리더의 무기는 기술이 아닌 관점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협상하며 살아간다.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부터 조직 내 자원 배분, 심지어 가족과의 사소한 약속까지.

허브 코헨의 클래식 『협상의 기술』이 현재에도 국내에서 16쇄를 찍으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가 협상을 단순한 '말재주'가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상대의 직함이나 배경에 압도당해 스스로 위축되곤 한다. 그러나 코헨은 단호하게 말한다. 권한이란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주관적인 인식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권한은 인식에 기반을 둔다. 당신이 권한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가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설사 가졌더라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리더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의 카드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시스템과 규정은 견고해 보이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상대의 권위가 주는 압박감을 걷어내고 '나에게도 상황을 바꿀 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협상의 무게중심은 이동하기 시작한다.


많은 협상가가 마감 시한(Deadline)의 압박에 못 이겨 결정적인 양보를 범한다.

코헨은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 곧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임을 강조한다.


"협상의 거의 모든 결정적인 활동은 마감 직전 20퍼센트의 시간 동안에 일어난다."


서두르는 쪽이 패배한다.

상대가 제시하는 마감 시한은 대개 유동적이며, 오히려 그 시점이 다가올수록 상대 역시 초조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다릴 수 있다"는 태도는 그 자체로 상대를 무력화하는 무기가 된다.



2권 『협상의 기술 2』에서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기술적 트릭이 아닌 '정서적 거리두기'다.

결과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감정의 평형을 잃는 순간, 협상가는 상대의 포로가 된다.


"신경은 쓰되 너무 집착하지 마라. (I care, but not that much.)"


이 문장은 현재, 수많은 협상 전문가들이 인용하는 격언이다.

결과가 어떠하든 나의 삶과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초연함'이 뒷받침될 때, 리더는 비로소 냉철한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다.


허브 코헨의 '초연함'과 '인간 중심적 접근'은 현대의 행동경제학과 협상 심리학에서도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다.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 아담 그랜트(Adam Grant)는 협상에서 '주는 사람(Giver)'의 태도가 장기적으로 어떤 승리를 가져오는지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In negotiation, being a giver is not about being a doormat. It’s about being a strategist who seeks to expand the pie for everyone." — Adam Grant, Give and Take (2013) / Source: Official Publication _ "협상에서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발매트처럼 밟히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를 위해 파이를 키우는 전략가가 된다는 뜻이다." — 아담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 중


허브 코헨이 5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협상은 상대를 속여 이득을 취하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의 욕구(Needs)를 조율하여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조직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리더들에게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이기고 싶은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결국 가장 훌륭한 협상은 승리의 쾌감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우리가 함께 좋은 결정을 내렸다"는 만족감을 선물하는 일이다. 다시금 '사람'에 집중하는 리더십의 본질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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