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다음은 북한 아니냐"는 반응.
그럴듯하지만 틀렸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석유가 없다.
이번 이란 사태도 결국 석유 이야기다. 그리고 그 석유를 누가 쓰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2월 26일 제네바, 오만이 중재한 3차 핵 협상이 열렸다. 이란 외무부는 협상 사흘 전에도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오만 외무장관은 "상당한 진전"을 언급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달랐다.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면 그 발언은 신호가 아니라 이미 결정의 확인이었다.
협상 테이블을 꾸미면서 동시에 공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관리가 나중에 확인했다. "공습 날짜는 일주일 전에 결정됐다."
2월 28일 새벽. 이란 지휘부 회의가 오전에만 세 건 겹쳤다. 이스라엘 정보당국과 CIA는 그 시간을 기다려 왔다. 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을 노렸다. 경계가 느슨해지는 주말 심야라는 통상적 예측을 뒤집고 해가 떠 있는 오전에 공습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 시설과 방공망 무력화에 집중했고, 이스라엘은 지휘부 인사들의 물리적 제거에 자산을 쏟아부었다. 항모 2척, 구축함 12대, 전략 잠수함들이 동시에 투입됐다.
작전명은 미국의 'Operation Epic Fury(장대한 분노)', 이스라엘의 'Operation Roaring Lion(사자의 포효)'.
이스라엘 전투기 200대가 500여 개 목표물을 타격했다. 테헤란, 이스파한, 쿰, 카라지, 케르만샤. 이란 전역이 동시에 불탔다. 이란 인권국 집계로 민간인 포함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미나브 여자초등학교 공습에서만 148명이 숨졌다. 이란 국방장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파크푸르, 참모총장 압돌라힘 무사비, 수석 안보고문 알리 샴카니가 사망 확인됐다. 그리고 2월 28일,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직접 확인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순교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 국민을 향해 말했다. "폭탄이 곳곳에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끝내면, 여러분이 정부를 장악하십시오."
이란의 보복은 즉각 시작됐다. 혁명수비대는 "역대 최대 수준의 보복 작전"을 선언했고, 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UAE의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쏟아냈다. 3월 1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타격 대상에 포함됐다. 바레인 미 해군 제5함대 본부가 공격받았고, UAE 제벨알리 항구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폭격으로 추가 폐쇄됐고, 에미레이트와 에티하드 항공은 3월 2일까지 전편 운항을 중단했다. 인천을 출발해 두바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951편은 미얀마 상공에서 기수를 돌렸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수백 건의 이란 드론·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했고 미군 사상자는 없다"라고 발표했다.
하메네이가 사라졌다고 이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역사상 공중 폭격만으로 국가 체제가 바뀐 사례는 단 한 번, 1945년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뿐이다. 이란은 다르다. 서쪽엔 자그로스 산맥, 북쪽엔 알보르즈 산맥, 동쪽엔 거대한 소금 사막, 남쪽엔 페르시아만. 알렉산더 대왕도, 몽골 제국도, 대영제국도 이란을 영구 지배하지 못했다. 지형이 역사를 만든다.
이란 헌법 111조에 따라 3인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구성됐다. 대통령 페제시키안, 사법부 수장 에제이, 헌법수호위원회 법률가 1인. 형식은 갖췄지만 전문가들은 달리 본다.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가 생전에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전권을 넘겼으며, 그가 전시 외교와 군사 비상계획을 총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리자니는 공습 직후 "시온주의 범죄자들과 비열한 미국인들이 이번 일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채텀하우스 소장 브론웬 매덕스는 "혁명수비대는 이란 GDP의 20~30%를 장악한 군산복합체에 가깝고, 결국 그 안의 누군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최고지도자를 죽였더니 체제가 오히려 강경화 될 수 있다는 역설. 강경파가 득세하는 구조가 외부의 타격으로 강화되는 패턴은 역사에서 반복됐다.
이란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 폭 33킬로미터의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가 이 좁은 물길을 통과한다. 이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공습 직후 선박들에 무선으로 통보했다. "어떤 선박도 통과할 수 없다."
EU 해군 임무단 아스피데스도 동일한 교신을 확인했다. 케이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공습 당일 해협 통행량은 기존의 3분의 1 미만으로 급감했다. 혁명수비대 전 사령관 모흐센 레자에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해협이 "추후 통보 시까지" 개방돼 있다고 밝혔다. 공식 봉쇄 선언은 없지만 사실상의 통통제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WTI는 공습 직전 배럴당 67달러에서 장외거래에서 75달러까지 치솟으며 최대 12% 급등했다. JP모건은 전면 봉쇄 지속 시 배럴당 120~130달러를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세계 물가 상승률이 0.6~0.7% 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우회 항로 가동 시 해상운임이 최대 80% 오르고, 운송 지연은 3~5일이라는 결론을 냈다. 한국은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 95%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정부는 현재 1억 배럴, 7개월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OPEC+는 당초 예상 증산량의 3배에 달하는 하루 41만 1천 배럴 이상의 긴급 증산을 논의 중이지만, 전체 물량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전쟁의 풍경 안에 숨어 있는 더 큰 그림이 있다.
2026년 1분기에만 미국이 직접 군사·통제권을 행사한 나라가 두 곳이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이 두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에 시장가 이하로 석유를 공급해 온 핵심 공급처였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약 8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란은 제재를 우회해 하루 약 130만 배럴을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했다. 이 '뒷문'이 차례로 잠겼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미 공식화했다. 전략의 핵심은 "러시아·중국·이란의 석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에너지 수급과 탈달러 네트워크, 두 가지를 동시에 타격하는 설계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와의 원유 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려했다. 그런데 미국이 물리적 공급원 자체를 끊어버리면 이 구조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 거래할 원유가 사라지면 위안화로 결제할 것도 없다.
중국은 부족한 원유를 메우기 위해 국제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고, 국제 시장에서 원유는 달러로만 거래된다. 할인 원유가 사라지고, 시장가를 달러로 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중국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탈달러 블록이, 군사 작전 하나로 작동 기반을 잃었다.
중국의 반응은 이 구조적 타격을 이해할 때 더 잘 읽힌다. 하메네이 사망 발표 이후 중국은 무려 14시간 동안 침묵했다. 미국 동맹국들이 즉각 성명을 낸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외신 보도를 중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내부적으로 수위를 놓고 치열하게 고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란 정권의 붕괴는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14시간 만에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중국의 공식 입장을 냈다. 직접 성명이 아닌 러시아와의 통화를 매개로 한 발표 방식 자체가 중국의 계산된 신중함을 보여준다. 내용은 강했다. "주권 국가 지도자를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즉각적인 군사 행동 중단, 대화 복귀, 일방주의 반대를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푸충 주유엔 대사는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강조하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러시아 라브로프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중동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중국과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거리가 있다. 중국도, 러시아도 직접 군사 개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 자산이 묶여 있다. 중국은 더 큰 판을 의식하며 움직인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마두로를 압송했을 때도 중국과 러시아는 말만 강했을 뿐 실질적 대응은 없었다. 이번도 같은 패턴이다. 원칙 성명은 있고, 움직임은 없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자제하는 듯하다"라고 전했다. 시진핑으로서는 이란 문제로 정면충돌을 감수할 이유가 아직 없다. 미중 관계, 대만 문제, 무역 전쟁. 이란 전쟁은 그 체스판 위의 한 말일뿐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핵심 질문은 따로 있다.
중국이 에너지 공급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선택지는 좁다. 이란산 원유를 대신할 공급처를 국제 시장에서 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달러 결제가 불가피해지고, 원가 압박이 커진다. 러시아산 의존도를 높이는 방안도 있지만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다. 사우디·카자흐스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더라도, 이란산이 제공하던 대규모 할인 혜택은 사라진다.
이번 전쟁은 군사적 승패와 무관하게 중국의 에너지 조달 비용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미국의 실제 목표라면,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다. 맞는 질문은 이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돌아오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호르무즈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전쟁이 멈추고 유가가 안정을 찾아도, 이 경로에 붙는 위험 비용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보험료가 올랐다. 해상운임이 올랐다. 과거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됐을 때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가 있다. 봉쇄 자체는 단기에 끝날 수 있어도,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은 오래간다.
둘째, 에너지 안보의 재정의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겨울 난방비 3배 인상으로 배웠다. 동아시아가 같은 교훈을 체감하는 차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중 중국이 38%, 인도가 15%, 한국이 12%, 일본이 11%를 소비한다. 이 숫자는 취약성의 지도다. LNG 터미널 확충, 전략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 국면에서 한국이 "방산·에너지·기술 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신뢰 가능한 안보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셋째, 방산이다. "미국 국방력에 얹혀가면 된다"는 논리가 빠르게 시효를 다하고 있다. 동맹이 거래의 언어로 바뀌면서 각국은 자체 방위력으로 예산을 돌리고 있다. KF-21 전투기 양산이 2026년 본격 시작된다. K-방산은 수출 계약이 실적으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역사는 두 가지 교훈을 반복해서 준다. 걸프전(1990) 같은 단기 충격으로 끝나면 시장은 빠르게 회복한다. 그러나 1973년 오일쇼크처럼 에너지가 무기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최악의 조합. 지금 분기점은 결국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오래 막히느냐. 그 해협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가, 이번 사태가 '2003년형 단기 충격'으로 끝날지, '1973년형 구조적 위기'로 번질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투자의 알파는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에 없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돌아오지 않는 구조의 변화에 있다. 호르무즈 통과 비용이 올라간 세상,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인 세상, 자체 방위력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세상. 그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이란 전쟁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진짜 표적이 베이징이라면, 그 싸움은 이란이 어떻게 되든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