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학교 앞에서

집 앞에 서울정진학교가 있다.

공립 특수학교로,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 학생을 위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전공과까지 통합 운영하는 학교이다.


연차 휴가일 아침, 집 앞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길에 마침 아이들이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고 있었다. 해맑았다. 냥 오늘 아침이 좋고, 학교 가는 게 좋고, 그것으로 충분한 얼굴들이었다.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이면을 생각했다.

저 아이들을 아침마다 씻기고, 입히고,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들.

오늘 하루도 잘 있다가 오라고 손 흔들며 돌아선 사람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괜찮은 척이 몸에 밴 사람들, 지쳐도 지쳤다고 말 못 하는 사람들.

그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나는 모른다. 솔직히 가늠도 안 된다.


그러다 내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처음에는 정말로 그것만 바랐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시험 점수에 눈살을 찌푸리고, 왜 이것도 못 하냐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고, 보채고 또 보채고. 아이가 크면 클수록 바라는 것도 덩달아 커졌다. 그게 욕심인지 기대인지 구분도 못 하면서 말이다.


정진학교 아이들 앞에 서고 나서야, 그게 보였다.

저출생이 문제라는 말은 매일 나온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날 아침 다른 걸 생각했다. 지금 이미 여기 있는 아이들, 이미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담장 밖으로 나와 일반 아이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살 수 있는 자리. 그게 먼저 아닐까?


현실은 여전히 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8개 구에는 특수학교가 아직 없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20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는데, 학교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랑구에 특수학교 하나 세우려다 주민 반대로 부지를 여덟 번 바꾸고도 아직 착공을 못 한 곳이 있고, 강서구 서진학교는 설립 발표 후 6년 만에야 문을 열었다. 2017년 공청회장에서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개교를 호소했던 그 장면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다 아는 것 같다.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떤지, 자기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아닌지. 그걸 말로 표현 못 할 뿐이지,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 것이다.


그 웃음을 계속 웃음으로 남겨두는 건, 결국 어른들이 할 일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했던 그 처음 마음을 잊지 않는 것.

내 아이한테도, 저 아이들한테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판결문에 이름을 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