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을 보내라

이건 전력 보충이 아니라 동맹 심사다

트럼프가 Truth Social에 글을 올렸다.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 호르무즈에 영향받는 나라들이 군함을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추가 게시물에서 그는 "호르무즈를 통해 석유를 받는 나라들이 이 항로를 직접 지켜야 한다"며 "미국은 크게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국 석유가 있으니 이건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표면적으로는 부담 분담 요청처럼 읽힌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미국은 현재 항공모함 3척을 중동에 운용 중이다. 아브라함 링컨과 제럴드 포드가 개전부터 작전을 이끌었고, 3월 7일에는 조지 H.W. 부시까지 파견됐다. 개전 이후 이란 내 타격 표적이 약 6,000개를 넘어섰다. 전력이 달려서 동맹국을 부르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요청이 나왔다. 구체적인 국가 명단까지 공개적으로 적시해서 말이다. 이건 전쟁 수행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점호에 가깝다. 내게는 유사시 누가 실제로 편에 서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보인다.


어느 나라도 즉각적인 약속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일본 집권당 정책위원장은 자위대 파견의 법적 문턱이 "매우 높다"라고 밝혔다.

독일은 "이 분쟁의 능동적 참여자가 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중동 안보 전문가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트럼프의 연합 구상이 호르무즈 봉쇄에 대한 계획 부재를 가리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군사적 해법이 없으니 시장을 안정시킬 메시지가 필요했고, 동맹 소집이 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2020년의 선례다.

당시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 국제해양안보구성체에 공식 합류하지 않고,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인근까지 독자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질은 협조하되, 연합 참가라는 명시적 표현은 피하는 방식이었다.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이란과의 관계를 직접 끊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2020년과 지금은 전혀 다른 국면이다.

당시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상태였다.

지금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 중이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사실상 봉쇄하며 적대국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 해역에 군함을 넣는다는 건 단순한 에스코트 임무가 아니라, 교전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짊어지는 일이다.


트럼프가 이 상황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된다.

"우리가 어려울 때 누가 왔냐"는 질문은 반드시 돌아온다.

지금의 침묵이 나중에 어떤 청구서가 될지, 그게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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