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올라가느냐가 조직의 전략이다

인사가 문화다 - 승진 결과가 보내는 신호

인사 기준이 흐려지는 순간, 조직은 무언가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성과보다 처세가 낫다는 것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 메시지를 읽어낸다.


피터 드러커는 The Effective Executive(1967)에서 인사 결정을 수행 능력이 아닌 개성이나 관계 기준으로 내리는 조직은 편애와 순응만 남는다고 경고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관리자, 인품이 결여된 관리자는 아무리 유능하고 매력적이더라도 조직에 해악이 된다고도 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그런 사람을 올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인사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으면 조직은 유능한 인재를 잃거나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다. 보통은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원칙의 반면교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2000년대 스티브 발머 체제에서 운용된 '스택 랭킹(stack ranking)' 평가 시스템은 모든 팀원을 상대평가로 줄 세우고, 하위권은 반드시 누군가가 채우도록 설계됐다. 당시 전현직 직원 전원이 예외 없이 이 시스템을 조직 내 가장 파괴적인 제도로 꼽았다.


직원들은 일을 잘하는 동시에 동료가 앞서지 못하도록 에너지를 분산했다. 혁신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 혁신을 죽이는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과 클라우드라는 산업의 흐름에 뒤처졌고, 훗날 '잃어버린 10년'으로 기록됐다. 스택 랭킹은 2013년 폐지됐고, 이후 사티아 나델라 체제에서 비로소 조직문화 전환이 이루어졌다.


국내에서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그 극단을 보여준다. 2015년 내부 감사 결과, 2012~2013년에 채용된 신입사원 518명 전원이 청탁 대상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확인된 청탁자만 120여 명이었고, 그 명단에는 국회의원, 중앙부처 공무원, 지방의원에서 노조 위원장, 언론인, 심지어 스님까지 포함돼 있었다. 한두 사람의 일탈이 아니었다. 인사가 실력이 아닌 연결망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오랜 시간 굳어진 결과였다. 그 조직 안에서 구성원들이 학습한 것은 단순했다. 노력보다 연줄이 낫다는 것. 그 학습은 조직 전체의 작동 방식을 바꿔놓는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넷플릭스는 조직을 가족이 아닌 프로 스포츠 팀으로 정의하고, 관리자에게 단 하나의 기준을 요구한다.

"이 사람이 떠나겠다고 하면 붙잡겠는가."


이른바 '키퍼 테스트(Keeper Test)'다.

연차도, 충성도도, 상사와의 관계도 이 질문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능력만이 자리를 결정한다는 신뢰가 쌓이면서 오히려 규정이 줄었고,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직원들은 자신의 판단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공식 채용 문화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 드림팀은 성과가 기준이지, 연차나 무조건적 충성이 아니다."


인사 결과가 공지될 때, 구성원들은 공식 발표문을 읽지 않는다.

누가 올라갔는지를 본다. 그 한 줄이 이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설명한다.

보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보상 체계 자체를 불신하고, 그 불신은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최고층이 공정한 인사에 진지하지 않을 때 잃는 것은 두 가지다.

성과, 그리고 존경.

성과는 숫자로 드러나지만, 존경은 잃고 나서야 사라졌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게 훨씬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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