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맡은 사람들은 늘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실적을 내라, 성과를 가져오라, 그래야 승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조직에서 이 공식은 너무 익숙해서, 마치 의심할 수 없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면,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진급을 결정하는 것은 조직 입장에서 거의 최악에 가까운 선택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늘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성과가 나온 시기의 분위기, 산업의 흐름, 외부 사건, 회사가 이미 깔아 둔 기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오롯이 개인의 힘만으로 쟁취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쿠팡을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이 회사의 성장에는 내부 전략과 투자도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외부 요인이 결정적인 뒷바람이 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정 시기에 특정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성과를 크게 키워 준 것이다. 이런 요소를 빼고 “저 사람은 성과를 냈으니 승진시켜야 한다”라고 말하면, 사실상 운과 환경까지 한 사람의 능력으로 오해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승진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결국 그 사람의 역량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좋은 시기를 잘 탄 사람’인지, ‘남의 공을 가져간 사람’인지, ‘우연히 숫자가 좋아 보인 사람’인지를 구분해 줄 수 있을 만큼 입체적인 능력이다. 조직에 고인 물처럼 느껴지는 고위직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자리에 오를 때, 그 사람이 정말 그 직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는다. 대신 당시의 한두 번의 성과만 보고 성급하게 직함을 올려 버린다. 그 결과, 실제 실력은 검증되지 않은 채 권한만 커진 사람들이 위에 남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은 굳어 버린다.
성과를 냈다면,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한다. 그 수고와 책임을 인정해 주는 것은 조직의 의무다. 다만 그 보상이 반드시 승진일 필요는 없다. 성과는 인센티브, 연봉, 포상휴가 같은 형태로 직접 보상할 수 있다. 승진은 전혀 다른 문제다.
승진은 반짝이는 순간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맡은 업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처리하는지, 위기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는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 존재가 팀과 조직에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승진은 ‘성과의 상’이 아니라 ‘역할의 계약’에 가깝다.
문제는 많은 관리자와 인사담당자가 예전에 그렇게 배워 왔다는 점이다. 사수에게 “성과를 내면 승진하고, 진급하면 보수가 오른다”는 공식을 몸으로 익힌 사람일수록, 그 방식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면, 조직은 좋은 실무자를 잃고도 좋은 관리자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 자주 빠진다. 그렇게 누적된 선택들이 결국 조직을 서서히 약하게 만든다.
스포츠로 치면, 팀의 베스트 플레이어가 곧 좋은 코치가 된다고 가정하는 것과 같다. 가장 잘 뛰는 선수가 곧바로 벤치로 올라가 선수들을 이끌 수 있으리라고 믿는 착각이다. 실무 성과와 리더십은 전혀 다른 능력인데,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잘하니까 올리자”라고 일반화하는 인사 관행은 조직에 천천히 퍼지는 독과 같다.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사람에게 직책과 팀을 맡기는 일은, 반드시 다른 기준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