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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Jun 03. 2024

자기만의 즐거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은 도전이다. 국토대장정을 하거나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는 일은 아니다. 내 마음의 길을 걷고 저항감을 오르며 하는 나만의 도전들이다. 남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나에게는 거대한 산맥이고 한없는 길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게 나에게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주목을 받고 싶어서 안달인데 나는 주목받을까 봐 안달인 인생을 살았다. 나는 평생 편안함을 좇았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고, 되도록 일을 만들지 않는 삶.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원하는 게 많고 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신기했다. 인생을 뭘 저렇게 아등바등 애써서 살아가냐며 이해 못 할 때도 있었다. 하루는 지인이 바라는 것에 대한 욕망을 토로하길래 나는 정말 '뭐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때 지인은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며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때의 나는 그게 진실이었다. 하루하루 살아갈 뿐 바라는 건 없었다. 평생 아무 탈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런데 마흔을 넘어서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나를 안전하게 두기 위해 만들었던 마음의 틀이 나를 옥죄는 감옥이 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사는 모습은 영락없이 철창에 갖힌 새였다. 실패하기 싫어서 할 만한 일만 했고, 상처받기 싫어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었다. 편안함만 좇으며 안전하게 살아가기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더 많은 것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었다.




나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고 있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 해서 소용이 없을 것 같은 일들, 남는 거 없어 보이는 불필요한 일들. 그런 일들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이 끌리면 도전했다.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과 관계하기도 했다. 사람들 이끄는 게 가장 싫은데도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집했다. 몇 년을 블로그 비공개 글만 쓰다가 여기저기 내 글을 퍼 나르고 나를 알렸다. 어색해서 줌 화면도 못 켜던 내가 일부러 무료 특강을 열어 사람들 앞에 섰다. 이 모든 게 예전의 나였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이다. 


불편함을 선택하고, 실패를 마주하고, 불안함에 뛰어드는 것. 요즘 그것들이 나를 즐겁게 한다. 이 즐거움을 맛보면서 사람이 생각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아주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은 신나고 행복한 것들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싫은데 그런데 즐겁다. 다른 나를 만나는 일이 즐겁고, 다른 내가 되어가는 게 즐겁다. 두려움과 불편함 속에도 즐거움은 살고 있었다. 


즐거움이란 무엇을 즐겁다고 여길 것인지에 대해 정하는 자의 몫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즐거움을 오래도록 사랑할 것이다. 두렵고 떨리고 불편하고, 때론 자괴감과 고통이 오더라도 그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나를 보며 나만의 즐거움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자기만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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