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0초만 가만히 있자. 나에겐 반응을 선택할 힘과 자유가 있다.
'일단 10초만 가만히 있자.'
남편과 대화할 때 쓰는 나만의 전술이다. 생각의 흐름이 빠른 편이라 듣는 와중에도 반박할 말이 생긴다. 이때 무의식을 단속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남편을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닌데도 나의 말과 행동으로 상대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나는 존중받지 못한다.'
'나를 무시한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내 생각을 말할 뿐이겠지만 나는 그런 메시지를 남편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
속이 터지고 어이가 없지만 일단 가만히 듣는다. 자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회피하기 위함이거나 합리화하는 것이라도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네가 틀렸고 내가 맞는 영광을 가지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관계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고 타협을 통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거니까.
내 성격의 꼬락서니를 결혼하고서 마주했다. 지기 싫어하고, 속이 좁고, 허용하려 하지 않는 마음.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고, 내 마음만 받아주기를 바라고, 일방적으로 내 불편만 해결해 주기 바라는 마음. 내어주는 마음은 손바닥만 하고 받으려는 마음은 한량없었다. 그런 마음들의 널뛰기는 남편과 부딪히는 족족 폭탄이 되어 날아갔고 같은 자리에 박히고 박힌 말과 행동의 실탄들은 뽑히지 않은 채 마음의 상처에 구멍을 더 넓히고 있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들으려 하지 않고 그 말에 반박하기 바빴다. 그 말을 하는 마음을 보지 못하고 그 말만 커다랗게 보였다. 나와 너라는 대화의 주인들은 사라지고 말과 말만 남아 서로에게 폭탄을 날려댔다. 결국 사람은 없고 에고(ego)끼리의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는 것이다. 왜 싸우게 되었는지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의 방어기제만 난무하게 되면서 해결은 산으로 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불통의 최후는 몸과 마음의 단절이었다. 서로에게 열려있고 서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할 마음들이 꽉 닫힌 채 단절되어 있으니, 사랑의 바람이 통하지 않은 마음은 자꾸 꺼져갔다. 산소 없는 작은 지옥에 고립된 촛불처럼.
말이 아닌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을 받아들이면 그 사람의 말은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된다. 말로서 말을 들을 수 있게 되고 들리는 말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향해 말할 수 있게 된다.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할 뿐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심리학자 빅터 플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틈이 있고 그 틈 속에는 반응을 선택할 우리의 힘과 자유가 있다고. 10초만 가만히 듣기 전법은 나의 위대한 힘과 자유의 구현이다. 모든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사랑을 향하기를 바란다. 내 결혼의 행복은 내가 만든다는 것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