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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Jul 02. 2024

완벽하지 않은 그대로 완전한 우리

와비사비의 삶으로

인간을 가만히 살펴보자. 그러면 나를 덜 괴롭힐 수 있게 된다. 단 10분만 관찰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인간은 허점투성이라는 것을. 관찰 대상이 반드시 타인이 아니어도 된다. 제3자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관찰해도 그 결론은 금방 도출할 수 있다.


행동도, 사고도, 마음도 모두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사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재주가 뛰어나 스스로를 지옥으로 넣는다. 자기 기호에 맞으면 잠시 잠깐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되었다가,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을 만나면 그냥 두지 못하고 불만족의 마음을 만든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마음대로 지어내서 기억하고, 분명 직접 경험한 일인데도 그런 일은 만난 적도 없는 것처럼 잊기도 한다.


늘 거기서 거기인 생각을 하면서 꽤 괜찮은 지성인인 듯 착각하며 살고, 분명 선택으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걸 알면서도 최선의 정답을 찾느라 행동하지 않고 전전긍긍하는 시간으로 허비한다. 마음은 계속 변하는데 어떤 마음을 거부하느라 오히려 그 마음을 잡고 괴로워하며 산다. 특정한 기분만 쫓느라 도파민을 찾고 언제든 다른 기분을 만들 수 있는 평화는 등한시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부족하고 획일적이지 않으며 흠이 가득하다. 우리는 이런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완벽을 구한다. 완벽해지려고 애쓰고, 완벽하지 않은 자기 모습에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면 완벽과 상관없이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 실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완벽하지 않은 것에 완벽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긴다.


결점 많고 허점투성이인 인간은 비록 완벽하지 않은 존재지만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다. 허점까지 포함해서 우린 나로 완전한 것이다.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은 개별성과 고유성이다. 가진 것이 서로 다르기 위해서는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 덕분에 내가 가진 나만의 빛을 밝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린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하다. 나를 위한 구성요소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일본의 미학의 중심 화두에 '와비사비'가 있다. 그릇이 움푹 들어간 곳이나 고르지 않은 모양을 실수로 보지 않고 자연의 마땅한 창조물로 여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순수함의 의식인 와비사비를 우리의 삶에도 대입해 보면 어떨까. 완벽하지 않고 덜 갖추어진 아름다움에서 인간의 그런 부분을 넉넉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뚤어지고 갈라지고 울퉁불퉁하지만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도 다양한 결함과 구멍이 있지만 그것이 나의 무늬이고 진실이기에 그 자체 그대로 받아들여 나의 고유함으로 품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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