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많은 줄 몰라서 가난했던 마음

모두 다 선물이었다.

by 밝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늘을 바라본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하늘의 모습은 매일 다르다. 맑아도 모두 다른 맑음이고, 흐려도 단 한 번도 같은 흐림이 없다. 하늘은 모습 자체도 매번 다르지만, 느낌도 매일 달랐다. 나의 컨디션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것을 보아도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뭔가 변함없고, 한결같기만 한 삶이었다.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제자리걸음같이 느껴졌었다. 어느 날은 쳇바퀴 속에 갇힌 다람쥐였다가, 또 어느 날은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가 되었다.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어제 같았다. 특별함 없이 그저 그런 삶으로 느껴졌던 나의 삶. 내 삶이 그런 삶이었던 건 모두 내 마음 때문이었다.


아침에 하늘을 먼저 보고 나면 그다음에 주변 세상이 보인다.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시간에 거기 서 계시는 요구르트 아주머니도 보이고, 이른 아침부터 교대 근무하시는 친절한 경비 아저씨도 보인다. 출근하는 사람들, 먹이 찾아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새들도 보인다.



평생 마음공부했다고 자부했지만 하늘 보듯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바뀌어 가는 하늘. 구름 따라, 시간 따라, 날씨 따라 바뀌어가는 그 하늘처럼. 마음도 늘 변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마음에 다녀가는 것들을 하늘을 지켜보듯 많은 시간 지켜보았다. 마음이 괴로울 때면 그 괴로운 마음이 싫어서 저항하느라 바빴다. 그 마음을 오롯이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늘을 고요히 바라보고 나서야 그제야 세상이 보였던 것처럼, 내 마음을 고요히 바라보고 나니 그제야 내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이 똑같기만 했던 나의 삶은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며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재잘거리고 있었고, 남편도 매일 다르게 가족들을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족하고, 해야 하고, 되어야 할 것이 많아 보였던 내 삶 실상은 가진 것으로 가득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오직 나만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나는 나 외에 세상에서 와서 얻고 가진 게 너무도 많았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이 내가 가지게 된 것이었다. 사람도, 물건도, 시간조차도 모두 가진 것이었다. 정말 가진 게 무수히 많았다. 이렇게 가진 것이 많고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가진 것이 뭔지 몰라서 참 많이도 좇았다. 특히 나는 잘 사는 삶을 좇았다. 잘 산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좇았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것들을 좇았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해야 할 것은 확인하는 일었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얼마나 이미 행복한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는지 느끼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도 내가 충분하고 가진 것이 많은 사람임을 느끼고 깨달으며 사는 게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이었다.



결국 지구별을 떠날 땐 처음 가지고 왔었던 나만 가지고 떠나야 한다. 나 이외엔 모두 얻은 것들이다. 나 외엔 모두 감사해야 할 것들이다. 가졌던 모든 것들은 결국 내어주어야 할 수밖에 없고,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도 결국 헤어져야 할 수밖에 없다. 왔기 때문에 가야 할 일이 생기는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는 그날이 오더라도 가졌었던 날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나이면 좋겠다. 가진 것이 참 많은 삶이다. 모두 가진 것이다.


나이 외에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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