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었던 아쉬움은 지금을 바라보며 옅어져 간다.

지금을 사랑하면서, 아쉬움은 사라졌다.

by 밝음

살다 보면 참 많은 순간 아쉬움과 만나게 된다. 아쉬워해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알지만, 아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그때는 그러지 못했으니, 지금은 어떻게 해보고 싶은 요량이 될 수 있기도 하다.


오늘 만나게 된 나의 아쉬움은 10년 전 좋아했던 직장을 관두었던 아쉬움이었다. 결혼하고 임신을 하고서도 정말 열심히 다녔었다. 출산 일주일 전까지 다니면서도 몸은 힘들었지만 내가 나의 일을 한다는 게 좋았었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고, 직장 분위기도 편안해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계속 다녔을 회사였다. 하지만 난 아이를 대신 맡아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출산휴가 3개월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 뒤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했다. 야간 업무도 많았고, 주말 출근도 잦은 업무였기 때문이다.


첫째를 낳고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가 당연한 듯 둘째를 낳았다. 둘째를 낳고는 애들이 둘이니 엄마로서의 역할은 더욱 많아졌다. 그즈음 아버지가 아프셔서 모시고 함께 살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러다 보니 내 인생에 있어서 '일'이라는 단어는 나와 너무 먼 사이가 되어버렸다.


"무슨 일하세요?"


시간은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그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떤 직업이나 직장이 나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일부조차도 질문자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는 사실에 속상함이 그림자처럼 붙어있었다. 무슨 일하느냐라는 질문은 당신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말이기도 한데, '아무 일도 안 해요.'라는 대답으로 나에 대한 알 길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신랑과 동네에 자주 가는 순두부집에서 가서 식사를 했다. 워낙 좋아하는 메뉴라 밥을 먹으며 즐겁게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오래전 직장에서 일했을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보, 그때 애들 봐줄 사람이 있었다면 난 정말 거기서 오래 일했을 것 같아."

"당신이 그 일할 때 힘들어도 스트레스도 안 받고 하긴 했던 것 같네."

"그때 생각하면 참 많이 아쉽긴 해."

"어쩔 수 없었잖아. 또 좋아하는 일 찾으면 되지 뭐."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움 가득한 대화들을 하다가 식사를 끝내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떤 여자 두 분이 나를 가로 막아서며 활짝 웃고 있었다.


"수현쌤!!"

"국장님!!"


방금까지 신랑과 이야기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들. 아쉬움 가득하고 그리웠던 그때를 함께 했던 국장님과 팀장님이 내 눈앞에 서 계셨다. 3초 정도 정말 꿈처럼 느껴졌다. 꿈인지 실제인지 오락가락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다.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말도 안 되는 순간에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너무 신기했다.


퇴사 후 10년이 지나 우연히 만났다는 것도, 두 분을 동시에 뵙게 되었다는 사실도, 회사에 다닐 때를 그리워하며 일어나던 순간이었다는 것도. 너무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나의 눈물은 과거 나의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사람들에 대한 반가움이 섞여 흐르는 눈물이었다.



이 신기한 만남을 뒤로하고 신랑과 드라이브를 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10년 전 과거와 현재를 오간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10년 전 그 선택으로 인해 내가 만났던 또 다른 10년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여보, 생각해 보니 내가 일을 관두고 다른 삶을 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라. 만약 그때 회사를 관두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같아."


마음이 과거에 있을 때는 아쉬움이 되었다가, 마음을 현재에 두니 추억이 되었다. 지금의 내 삶과 주변을 둘러보니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일을 관두었던 아쉬움보다 더 아쉬웠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 그만큼 아이들이 잘 커주었고, 만족할 만큼 원하는 가정의 모습도 이루었다.


짙었던 나의 아쉬움은 그렇게 옅어져갔다.

지금을 사랑하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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