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가져가세요.

덕분에 행복하고, 덕분에 또 행복하고.

by 밝음

집에서 5분 거리에 공원이 하나 있다. 그래도 그 공원 덕분에 몸 쓰기 싫어하는 내가 하루에 30분이라도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익숙해서 존재감이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참 고마운 공원이다. 오늘도 공원으로 걸으러 내려갔다. 평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아! 오늘이 그날이구나.'


우리 동네에는 일 년에 한 번씩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건 바로 국화 대이동 풍경. 매년 가을이 되면 공원에서는 국화축제가 열린다. 국화를 이용해 다양하고 멋진 조형물을 만들고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온다. 벌써 축제가 개최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꽤 오래된 행사다. 축제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바로 다음 날 국화를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 나눔 한다. 사실 나눔 행사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아무나 와서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도 없고, 정해진 양도 없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화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니 이 날만 고대하는 주민들이 꽤 많은 것이다. 특히 마당 있는 식당들에겐 그런 쾌거가 없다. 이 즈음에 주변 식당에 가면 국화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구조물을 철거하는 분들 곁으로 쪼그려 앉아 화분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나서 달려가는 어르신들. 삼삼오오 모여 어떤 녀석을 고를까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딱 하나만 작전으로 고른 작은 화분을 들고 꽃향기 맡으며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꽃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공원 전체를 좋은 기운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이 국화축제를 매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소소한 행복. 삶의 활력소. 혼자도 아닌 모두가 즐거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축제로만 끝나면 아까울 법 한데 마지막 기쁨까지 주민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니 참 좋다.


오늘은 평소의 산책과 다르게 사람들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민들의 가득 찬 손과 다르게 집으로 돌아가는 내 손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빈손이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왠지 든든했다. 국화화분을 들고 오는 대신에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가슴에 들고 왔다. 오늘 나에게 더 필요했던 건 화분이 아니라 그 행복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쁨도 내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경험. 좋은 에너지는 서로에게 전달된다는 경험. 오늘 내겐 그 경험의 화분이 필요했다.




무엇을 행복이라고 여길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행복은 달라진다.

무엇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각자가 행복하기만 해도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것.

내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미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오늘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스스로가 행복한 것으로 존재의 의무를 다해보도록.


국화 덕분에 당신이 행복했고, 행복해하는 당신 덕분에 제가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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