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내 마음은 매일 수차례 갈등을 겪는다. '진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누구와 결혼을 할 것인가' 하는 그런 거창한 고민과 갈등이 아니다. 정작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늘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싱크대에 쌓여 있는 그릇들을 보며 '지금 설거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현관문으로 들어가 중문을 열며 '신발을 신발장에 지금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기분 좋게 샤워 후 빨랫감을 들고나가려고 할 때 '저 소박한 구멍을 틀어막은 머리카락을 꺼내기 위해 지금 허리를 굽힐 것인가 말 것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을 그 하찮은 것들에게 고통을 느끼며 고뇌와 갈등 속에서 살아갔다. 이상하게 그때그때 해야 하는 일들에 에너지를 쓰는 일이 힘들었다. 어찌 그리 무겁게 다가오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느껴지는 무게는 실제 일의 무게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느끼는 고유한 무게다.
분명 객관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나에겐 세상 어려운 일이었다. 그 하찮은 것과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화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다. 왜 이토록 사소한 것들에게 져서 매일 마음의 번뇌를 만들어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 그야말로 feel 받는 날이 생기면 온 집안 대청소를 했다.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싹 들어내 집안을 결백하게 만들어놓으면 그날의 기분은 최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날은 연중행사 혹은 분기이벤트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분명 그렇게 청소하는 것이 훨씬 힘들 텐데 그건 왜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사소하고 작은 그 일들은 힘든 일도 아닌데 왜 하기가 싫은 건지 나도 내 속을 몰랐다.
올해 이런저런 챌린지에 도전했다. 한 달에 몇 개씩 큰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하는 갓생챌린지방에 있다가 숨이 막혀 스스로 나가떨어졌다. 분명 성취감은 큰데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필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달고 있는 작심삼일, 작심삼주의 꼬리표를 이제 더 이상 달고 싶지 않았다. 꾸준히 하려면 저항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주 작은 성공을 실천하는 챌린지방을 만들었다. 성공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나노단위의 작은 일을 매일매일 실천하는 방이었다.
'매일 15분 글쓰기', '매일 악기 10분 연습하기', '매일 30분 걷기' 그런 소소한 일들을 했다. 장치를 만들어 실천하다 보니 어느새 다섯 달을 꾸준히 해내는 내가 되어 있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미션을 어떻게든 하게 되었고, 각자 스스로 저항감 없는 수준으로 만드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매일매일 해내고 있었다.
나에게 매일 고뇌를 안겨주었던 그 하찮은 일들은 결국 습관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한 해, 두 해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나의 습관이었던 것이다. 사소한 습관들은 당장 한다고 해서 티가 나지 않는다. 나아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으니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다. 그러니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한 번 미루는 게 두 번 미루게 되고, 한 번 안 하게 되면 다음에도 안 하게 되는 습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습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했다는 느낌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야 한다'를 '해내다'로 바꾸어 긍정적인 느낌을 만들라는 조언을 한다.
매일의 작은 성공을 해내고 한 달을 돌아보면 엄청난 글이 쌓여있었다. 인증사진 한 달치를 모아 놓으면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그런 나 자신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해야 되는데'라는 부담을 주던 일들이 '내가 해낸 성과'들로 승화되면서 그 행동을 더 자극하게 된 것이다.
작은 성공 챌린지를 시작하고 내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챌린지 주제 외에도 일상 속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를 괴롭게 했던 그 귀찮은 일들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게 되었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그냥 당연히 하는 일처럼 만들어 바로 하는 게 당연한 일로 만든 것이다.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 된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삶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작은 성취를 쌓아보는 건 어떨까. 결국 사소한 것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