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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Mar 29. 2024

글쓰기 속에서 헤매는 나의 글

나의 글에 대한 단상

일기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닌 것이 단상을 여러 개 엮어놓은 듯한 나의 글.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이 쓰고 싶은 대로 휘갈겨 쓰기만 하니 마음 한편에 늘 불편이 산다. 글쓰기 방법 관련 책도 여러 권 사두고는 늘 다른 책들에게 밀린다. 신랄하게 비평받고 제대로 코가 깨져봐야 배우기를 마음먹으려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노력에는 쓸 힘이 없다.


지금은 그냥 떠오르는 생각한 줄, 떠다니는 마음 한 줄 쓰는 게 내겐 즐거움인가 보다. 잘 쓰기 바라는 마음보다는 오롯한 나를 담고 싶은 마음이다. 평생 고독하게 살아간 마음에게 이제야 발 뻗을 자리를 겨우 내어주고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매일 그냥 쓴다. 쓰는 것이랑 친한 사이가 되면 잘 쓰는 것과도 언젠가 친해지겠지 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릴 때면 정물화가 너무 어려웠다. 보고 보고 또 봐도 도통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눈과 손이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냥 언젠가 봤던 풍경을 그때 느꼈던 느낌을 담아 내 방식대로 그려내는 그런 그림이 좋았다. 그런데 글을 쓸 때도 같은 어려움이 있다. 분명 나는 세상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다니는데도 글로 묘사가 어렵다. 본 것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쓰는 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데 글로 묘사하는 건 내 능력밖이다.


색깔과 모양, 소리와 향기, 인물들과 그들의 동선, 그리고 전체적 상황묘사. 불가능의 영역 같다. 어릴 적 정물을 보며 눈만 뻐끔거렸던 것처럼 본 것을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대화체도 맛깔나게 쓰던데 나는 그마저도 어렵다.




 얼마 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었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 작은 나무가 할아버지와 다니는 산에 대한 묘사들이 빼곡한데 그걸 읽어도 머리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심상화, 시각화 이런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떠올리는 것도 어렵고 그려내기도 어려운 디테일한 묘사들. 글을 쓸 때마다 그 부분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과감히 버려야 하는 건지 노력해서 길러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은 디테일하고 생생한 묘사가 있는 글이 아니다. 나는 사유와 단상이 있는 글이 좋다. 내리는 비를 보며 비가 그치면 어지러운 마음도 고요를 찾을까 하는 독백의 글을 쓰신 김진영 작가님. 뻗어가는 중인 가지, 움트고 있는 새싹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과정에는 무심했고 불안했다는 고백의 글을 쓰는 가랑비메이커 작가님. 내가 애정하는 글들은 구체적인 표현 없이도 단 하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글이고, 형태가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글이다.


문장 한 줄로 누군가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짧은 단상에 불가하지만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는 글이면 좋겠다. 유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희망을 건넬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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