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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Apr 29. 2024

영원한 육아 초보

부모도 아이도 함께 자란다.

육아 초보 12년 차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서는 영원히 초보이지 않을까 싶다. 일 년, 일 년이 쌓여 12년이라는 세월을 입었지만, 여전히 육아 초보다. 이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기에 다시 또 초보가 된다. 아이들의 발달은 굉장히 빨라서 하루하루가 다르다. 육아력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길러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육아가 가장 어렵다.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고 정답도 없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아동학을 전공하고 곧바로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일하다 보니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가정의 역할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가족센터에 취직했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로 그 누구보다 좋은 가정,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좋아하는 일도 관두고 육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남의 아이와 내 아이를 다루는 게 달랐다. 잠깐 만나는 아이와 24시간 365일 만나는 아이는 달랐다. 가정의 문제를 간단한 말로 조언하는 것과 직접 경영하는 것은 달랐다.


아이가 어떤 발달 과정을 거치는지, 기질에 따라 어떤 양육 방법이 필요한지 모두 알고 있었다. 알면 뭐 하나 적용이 안 되는데, 체력은 달리고 아이는 울고 나도 울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이해해야 할 것들이 따로 있고, 도와줘야 할 것들이 따로 있고, 기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들이 따로 있었다. 불완전함을 가진 인간이 또 다른 불완전함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을 길러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였다. 본능에 충실한 어린 영혼은 열심히 눌러놓은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모두 불러내 주었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을 다른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는데 육아에서만큼은 절절히 느꼈다. 한고비가 지나면 또 다른 고비가 오고, 이 문제가 지나면 저 문제가 오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제 저 녀석이 인간이 좀 되어간다 싶으면 또 다른 자아가 태어나 나에게 새로운 할 일을 안겨주었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절대로 쉴 수 없게 만드는 게 육아였다.


매일 새로운 아이 앞에 또다시 육아 초보가 되어 서지만 그래도 계속해 낼 수 있는 건 사랑이다. 고생과 행복이 엉킨 실타래처럼 뭉쳐져 그 어느 것도 별개가 될 수 없다. 힘든 여정 속에 별사탕 같은 행복이 숨어있다.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신비를 느낀다. 뱃속에서 곰돌이 젤리 같던 아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해내는 큰 인간이 되어가는 게 기적 같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이었고, 수많은 손길 속에서 자란 게 나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자리였다. 가장 힘든 일이지만 가장 보람된 것도 아이를 길러내는 일이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모습으로 나를 당황시킬 것이고 또 해야 할 일들을 안겨줄 것이다. 영원히 적응이 되지 않는 엄마라는 역할이지만 오늘도 우리는 함께 자란다.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란다. 부모만 아이를 기르는 것 같지만 아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만큼 크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세상의 조각을 보며 살았다. 알지도 못하면서 부모의 자격을 운운했다. 엄마가 되고서야 철이 든다.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을 이제야 감히 이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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