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을 시작합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 첫 발을 내딛으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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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그 흔한 글짓기 대회 한번 나간 적이 없었다. 글다운 어떤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일까 곱씹어 보면 중학교 방송부 시절이 떠오른다. 매주 내가 방송을 맡은 요일이 되면 멘트를 써야 했다. 내 글을 쓸 줄 모르니 책에 나온 좋은 구절이나 라디오에서 들은 인상깊은 이야기를 수첩에 메모해두었다가 방송 멘트로 활용하곤 했다.

내 마음을 비로소 글로 옮기기 시작한 건 오랜 꿈을 내려놓은 직후였다. 그 꿈이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깨닫고 도전을 그만 두면서 나는 몇 달 동안 방안에 처박혀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캄캄한 날들이었다. 그때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보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저 마음이 하는 말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놀라운 일들이 펼쳐졌다. 글을 쓰니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 캄캄한 암흑인 줄로만 알았는데 글을 쓰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조금씩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방을 나올 수 있었다. 돌아보면 글의 형식이나 게시 공간이 달라졌을 뿐, 나는 늘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갔던 것.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를 소망한다. 작가를 꿈꾸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게 되면 경쟁자만 늘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이 좋은 걸 나만 알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글쓰기의 효능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치유, 정리, 이해, 고백 등. 글쓰기 만큼 접근이 쉬우면서도 노력 대비 얻는 게 많은 걸 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생각하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삶. 그런 삶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글을 쓰면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쓰다보면 놀랍게도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생각들이 백지 위에 펼쳐진다. 그 과정을 통해 내 깊은 생각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정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글로 치유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결국 글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글로 정화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도 조금 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내가 글을 쓰려는 사람들을 돕는 삶을 꿈꾸게 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글쓰기의 효능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자신의 글을 쓰는 사회가 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나 역시 글로 치유받고 글로 단단해졌으므로.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만이 살아온 이야기, 자신만이 생각한 이야기. 그림을 그릴 줄은 모르지만, 음악을 만들 줄은 모르지만, 우리 모두는 태어나 글자를 배웠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과거에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지금 당장 글을 쓸 수 있다. 여기에 더 필요한 건 나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아닐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경험한 놀라운 글쓰기 효능을 널리 알리고 싶다. 글쓰기 실력은 정직하게 쓰는 만큼 늘어난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게 없던 내가 글을 쓰겠다 다짐한 것도 그 정직함에 끌렸기 때문이다. 꾸준함만 있으면 누구나 좋아지는 게 글이기에 특별한 재주 없는 나도 쓸 수 있었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다룬 책들은 시중에 정말 많다. 그 책들이 강조하는 걸 요약 정리해 머리로 익히며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굳이 그런 것들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비문을 줄이고, 문단을 나누고, 적당히 인용하고 쉬운 용어를 쓰는 등,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차고 넘친다. 이 많은 방법 중에 글을 잘 쓰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진심을 꼽는다.

진심이 담긴 글에는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아무리 유수처럼 잘 쓴 글도 진심이 없으면 좋은 글로 느껴지지 않는다. 좀 투박하더라도 진심을 담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세련되고 화려한 글보다 더 좋은 글은 바로 그런 글이다.

하얀 백지를 펼치고 글을 써내려갈 때마다 늘 다짐한다. 더 진솔한 날것 그대로의 내 생각과 모습을 담아내겠노라고. 글 앞에 거짓을 말하지는 않겠다고.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글 앞에서 나는 한껏 경건해진다. 아무리 잘 포장해도 결국 글쓴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게 글이므로, 나는 글을 대하면서 도무지 허튼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당신도 그런 글을 썼으면 좋겠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그런 서로의 진심을 글에 담아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께 치유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이런 내가 글을 쓰려는 당신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